"얼굴인식으로 은행업무 본다"…보이스피싱 막을 무기될까
"금융권 '생체인증' 아직 걸음마 단계…고난도·고비용 부담"
금융권 공동시스템으로 상용화 속도…연말까지 은행권 구축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어느 날 방역당국을 사칭한 전화를 받게 됐다. "방역지원금을 받으려면 신분증 사진이랑 카드 비밀번호,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해요."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상대가 요구하는 정보들을 모두 전송했다. 본색을 드러낸 사기범은 A씨가 보낸 신분증 사진과 개인정보를 이용해 금융사 오픈뱅킹서비스를 신청, 계좌에 있던 자금을 여러 계좌로 빼갔다.
신분증을 도용해 금전을 탈취하고 대출까지 받아 피해자의 신용까지 망가뜨리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이를 막을 대안으로 안면인식, 정맥 같은 생체정보를 활용한 본인인증방식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생체인증방식, 보이스피싱 범죄를 획기적으로 막을 묘수가 될 수 있을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 연말까지 은행권 전반에 비대면 생체인증 공동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금융앱에서 본인인증을 하려면 휴대폰 인증·신분증 확인·1원 계좌이체 인증 등을 활용했다. 그러나 기존 방식들은 도난·위조 위험이 있고 고령층이 이용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얼굴·홍채·정맥 같은 생체정보는 기존 신분증 인증 방식에 비해 도난·위조의 위험이 적다. 삼성·애플페이를 이용하며 지갑 없이 다니는 사례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신분증을 따로 갖고 다닐 필요도 없게 된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안면정보·지문·홍채 같은 생체정보를 등록해 본인인증에 활용하는 방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화기기(ATM), 대여금고 등에서 활용하는 정맥인증 방식이다. 손바닥 피부 아래 정맥을 인식하는 기술로 사람마다 혈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인식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목소리 인식 방식도 있다. 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방식인데, 15초 이내의 통화로 본인 확인을 완료한다.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목소리 특징을 분석해내는데 일란성 쌍둥이, 형제자매의 음성도 구분할 정도로 정확성이 높다고 한다.
얼굴 인증 서비스도 일부 은행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해 등록한 뒤, 은행앱 로그인이나 계좌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활용한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생체인증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라 보기엔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본인 인증을 위해 금융회사에 생체정보를 등록한 소비자는 약 626만명으로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인원(1억9950만명)의 3%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에 지문, 얼굴정보를 저장해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는 것과 비교해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지금까진 기술적인 이유가 컸다. 은행들이 생체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ATM 손정맥 인증 방식이 가장 활성화된 KB국민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9년이고, 얼굴인식 기술도 2020년 하나은행이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데 고난도에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은행권의 경우 생체정보 인증인프라 구축과 보관 시스템 구축에 50억~1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빠른 상용화를 위해선 개별 금융사의 노력보다도 금융권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동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다.
생체정보 등록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금융권이 수집하는 생체정보는 금융결제원과의 분리 보관으로 단순히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정보 대비 보안성이 높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수집된 생체정보가 유출돼 정치적·상업적으로 악용되거나, 안전하다고 믿었던 생체정보가 복제·해킹 등으로 충분히 뚫릴 수 있다는 사례가 하나둘씩 알려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거부감도, 인식 정확도도 결국 기술적인 문제가 뒷받침돼야 하는 문젠데 어느 정도 기술력이 올라왔다고 보고 활성화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며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기술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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