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은행 옥죄기' 점입가경…'횡재세'까지 나왔다
금융위, 이달 내 '금융판 중대재해법' 입법예고
"금융사 CEO에 모든 책임 돌리는 것…비합리적"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경쟁 촉진에 나선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은 은행의 근거법인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성'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야당에선 은행 수익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초과분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횡재세법' 등을 발의하며 은행권 옥죄기에 가세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달 내 내부통제 실패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무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과거 라임 사태나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 횡령 사건 등 금융사고의 원인이 내부통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다. 이미 야당은 지난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리 급상승기 은행의 초과이익 일부를 서민자활계정에 출연하도록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p) 이상 상승하는 급상승기에 한해 은행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것이다. 금리가 급등하는 시기 은행의 대출금리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반면, 예금금리는 이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예대금리차로 얻는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횡재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민 의원은 같은 날 은행이 최근 5년 이내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등 법적 비용을 대출 이자에 포함해 거둔 '부당 이득'을 대출자에게 되돌려 주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은행이 대출이자에 교육세와 각종 법정 출연금,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등을 포함해 비용 부담을 대출 차주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부통제 실패만으로 CEO가 행정제재 대상이 된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은행 초과이익 강제 환수를 법제화하는 건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횡령 등 금융사고가 안 일어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경찰서가 있다고 범죄가 안 일어나는 게 아닌 것처럼 CEO가 광범위한 금융사 업무를 모두 다 알 수는 없다"며 "내부통제 실패 시 CEO 책임을 묻는 건 CEO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성과 공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 부당이득 환수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금융이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가 대부분 수출 경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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