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대 열린다…"증권사, 발행·유통 두 가지 모두 잡을 것"

정연미 NH투자증권 부부장 "IB부터 리테일까지, 증권사 사업 기회 다양"
NH투자증권,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블록체인 인프라 마련으로 STO '속도'

정연미 NH투자증권 부부장이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최로 열린 '2023 블록체인 밋업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STO)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STO 시대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증권사가 투자은행(IB)에서부터 리테일까지 다양한 사업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는 증권사마다 특정 부서에서 STO를 준비하고 있지만, 전사 관점에서 토큰증권을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두 가지 중 하나에 집중하기 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최로 열린 '2023 블록체인 밋업 컨퍼런스'에서 정연미 NH투자증권(005940) 부부장은 "토큰증권에서 증권사는 증권사의 전통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IB부터 리테일까지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 부부장은 '토큰증권 퍼실리테이터'로서 증권사의 고민과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금융당국, 토큰 아닌 '증권'에 초점…"증권사 사업 기회 다양"

정 부부장은 증권사들이 토큰증권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규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토큰증권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핵심 의도는 토큰보다는 '증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부장은 "토큰증권 허용 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가 가능해지고,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인들 중 증권에 해당하는 것은 제도권 내에 편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결론은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증권이고, 증권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기조는 토큰화된 자산까지 모두 증권으로 편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오히려 이 같은 기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했다. 정 부부장은 "증권으로 발행하기 위한 비용이나 (제도 부재로 인한) 사업 불투명성 같은 리스크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증권사가 매우 강력해지는 사업구조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진 사업자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이고, 이들은 비용이나 사업적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증권사가 조력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가 막강해지는 사업 구조가 탄생할 수 있다.

정 부부장은 증권사가 토큰증권 시장에서 발굴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크게 네 가지 분야로 소개했다. △IB 및 홀세일(WS) 분야 △신탁 분야 △디지털 분야 △리테일 분야 등이다.

우선 IB에선 신종증권인 토큰증권에 대한 인수기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 부부장은 "신종증권에 대한 인수기관 역할은 물론 리드투자도 가능하다. 향후 토큰증권 유통 시장이 활성화되면 유동성 공급을 위한 마켓메이커, 즉 LP(유동성공급자)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탁 분야에선 신탁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가 토큰화의 대상이 될 기초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신탁 수익증권 발행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

디지털 분야에선 토큰증권 발행사들을 위한 전용 계좌 체계를 지원하고,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도 제공 가능하다. 또 리테일 분야에선 토큰증권 신규 판매 및 투자 중개, 고객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증권사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토큰증권 시대에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 부부장은 "장기적으로는 전사 관점에서 토큰증권을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유통 어디에 집중하나…증권사는 '둘 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전사 관점에서 STO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둘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지 역시 관심사다. 이에 대해 정 부부장은 '둘 다'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증권사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둘 중 어디에 더 집중하고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결론은 '둘 다'이다"라며 "준비 측면에서 우선적인 건 발행 비즈니스이지만 유통 비즈니스도 함께 준비한다. 서비스의 연속성 측면에서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면서 이뤄진다. 현재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놓은 상태다.

정 부부장은 "자기발행 및 인수주선한 토큰증권에 대한 유통은 불가하다는 분리 원칙은 준수하는 전제 하에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발행하거나 발행 지원한 토큰증권은 유통하지 않되, 다른 곳에서 발행된 토큰증권은 유통할 수 있도록 발행 인프라를 마련하는 동시에 유통 플랫폼도 구축하는 방식이다.

발행 면에서는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계좌와 인프라를 제공한다. 정 부부장은 "기존 증권사의 자금 조달 및 자산 유동화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른 점은 증권 인수를 주선하지 않고 발행 계좌와 인프라만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을 인수하고 직접 발행하는 모델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은 타사 대비 혁신적인 기초자산 파트너사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발행을 지원하거나 직접 발행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려면 토큰화의 대상이 될 기초자산이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기초자산을 보유한 여러 조각투자 사업체들을 파트너로 섭외하고 있다.

정 부부장은 "초반에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의 발행을 지원하고, 그 이후엔 발행한 증권 중 일부를 인수해 고객 대상으로 주선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증권사가 직접 상품을 소싱해서 고객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발행 비즈니스를 준비하면서 '유통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맡는 것은 모든 증권사들의 청사진이다. 이는 지난 2월 발표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라 신설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기존 증권사 라이선스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장외거래중개업 라이선스를 통해 고객간 거래 중개까지 증권사들이 맡겠다는 포부다.

◇NH,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블록체인 기업 협업에 속도

정 부부장은 이 같은 목표를 NH투자증권이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선 토큰증권 관련 사업은 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만 가능하다.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받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여러 형태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정 부부장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시 증권사는 계좌 관리기관, 발행 지원 기관, 신탁업자, 유통 사업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NH투자증권은 다양한 방식을 모두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위해선 어떤 자산을 토큰증권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므로 기존에 파트너십을 체결한 조각투자 사업자들 외에도 신규 사업자들을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술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발행 인프라도 선제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정 부부장은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 표준이 부재한 상태"라면서도 "제도화 전까지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제도화된 이후 속도의 차이가 결정된다"며 선제 대응 계획을 밝혔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확장성, 완결성, 호환성을 보유한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STO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잇는 '인터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다양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환경과 호환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NH투자증권은 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 등 블록체인 기술기업은 물론 아트투게더, 그리너리 등 조각투자 사업자와 서울거래비상장 등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까지 포함된 'STO 비전 그룹' 협의체를 구성했다.

정 부부장은 "현재 증권사들이 합종연횡으로 협의체를 만들고 있는데 NH투자증권은 고객을 우선으로 하고, 협업을 지향하면서도 업계를 선도한다는 3가지 원칙 아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 입장에서 토큰증권은 긴 여정이지만, 관련 기업들이 (STO 사업을) 준비하다 보면 (제도 등으로 인한) 공백이 생길텐데 이 공백을 메워주는 게 증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