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3%대로 내렸다는데…"내 이자는 왜 늘었을까"
은행 금리인하 혜택 신규대출에 한정…기존대출 적용안돼
"기존 차주는 하반기쯤 돼야 금리인하 체감할 수 있을듯"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시중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 노력과 시장금리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1년여만에 연 3%대로 떨어졌으나,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의 금리 인하 혜택이 신규 대출에만 한정돼, 기존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차주들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하락분이 반영되려면 수개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쯤 돼야 대출금리 하락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관련 주요 커뮤니티엔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와 관련해 "도대체 어느 나라 얘기냐", "왜 내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오른 것이냐" 등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31일 기준 연 3.66~5.856% 수준으로 집계됐다. 3월 초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새 하단은 0.75%포인트(p), 상단은 0.666%p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만에 처음이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19~6.706%로 한 달 새 하단이 0.73%p, 상단이 0.24%p 낮아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4.75∼6.12%로 약 한 달 만에 하단이 연 4%대에 진입했다.
대출금리가 낮아진 것은 은행들이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고, 대출 준거금리인 시장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에 맞춰 일제히 대출금리를 0.3~0.7%p 인하하는 '상생금융안'을 발표하는 등 지난해 말부터 금리인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신규코픽스의 경우 2월 3.53%로 1월(3.82%)보다 0.29%p 낮아지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도 지난 31일 3.953%로 약 한 달 새 0.525%p 낮아졌다.
그러나 은행들의 금리 인하 혜택은 기존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이 중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활용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이미 체결된 대출 계약에서는 조정이 어렵다. 물건을 구입한 뒤 할인행사가 시작됐다고 해서 물건값의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 대출자가 가산·우대금리 조정 혜택을 받으려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감수하고 대출을 갈아타거나 금리인하요구권 등을 행사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대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금리 수준도 내려갈 수 있으나,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기존 차주가 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수개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대개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해 12월부터라 아직 6개월,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신규코픽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4.34%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3.82%까지 내려왔으나,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90%와 비교하면 0.92%나 올랐다. 따라서 이때 6개월 변동주기가 도래한 차주는 오히려 대출금리가 그 이상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예전 저금리 때와 비교하면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당분간 대출금리가 오르는 차주들이 있을 수 있다"며 "기존 차주가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올해 하반기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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