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전격 인하에도 증시 '무덤덤' 왜?…"시기 문제였을 뿐"

증권업계 "인하 방향성 정해져 있었고 경기 우려감은 커져"
최대 수혜주 꼽히는 증권주도 영향無…"호실적 이미 반영"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곽선미 정은지 박응진 전민 기자 =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전격 인하했지만 주식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인하 자체의 방향성은 정해져 있던 터라,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p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0.8%)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다.

18일 예상 밖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 지수는 의외로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6.37포인트(0.31%) 떨어진 2066.55으로 마감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인 10시2분에는 2071.96까지 올랐으나 반짝 상승에 그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271억원, 433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이 홀로 1729억원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전자(0.11%), SK하이닉스(0.13%), 현대차(0.37%), LG화학(0.85%), 신한지주(0.11%), SK텔레콤(0.19%), LG생활건강(2.73%)은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우(0.53%), 셀트리온(2.17%), 현대모비스(1.49%)는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1.13포인트(0.17%) 내린 665.15로 마감했다. 코스닥과 비슷한 흐름으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23억원, 92억원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365억원 순매도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는 이번달이냐, 다음달이냐 시기만 문제였을 뿐 인하 자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이미 시장 금리가 기준 금리보다 낮았기 때문에 인하가 반영돼 있던 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리 동결이 시장 컨센서스인 상태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니 경기 부양 기대감에 잠깐 반등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에 개선 움직임이 없고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요인보다는 기업 실적 영향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중요하다. 금리를 인하했다고 해서 바로 기업실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시장 반응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얽혀 있어서 금리 만으로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p)를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만이다. 이번 기준 금리 인하는 '7월 동결-8월 인하'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깜짝 인하'로 평가된다. 미국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서다. 시장은 금통위가 오는 30~31일(한국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본 뒤 8월말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결정문에서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했다"며 "국내 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를 이어갔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해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에 더해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한발 앞서 경기부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7.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금리 인하 최대수혜주라던 증권주도 '미온적'

미온적인 주가 흐름은 금리 인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증권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호실적 기대감이 반영된 데다가 대외 불확실성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증권주에 호재로 판단된다. 금리 인하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커지면 증권사들은 전통적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통한 수수료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난다. 아울러 이자손익, 트레이딩, 상품손익 등 순영업수익으로 구성되는 대부분의 항목이 기준금리 영향을 받아 실적 개선 효과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종목주는 이날 보합세에 머물렀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가 8월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선제적으로 단행되긴 했으나 이미 시장금리는 1.4%대를 보일 정도로 반영이 돼 있었다"며 "증권주들의 주가에도 이런 기류가 반영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분기 호실적 기대감도 다수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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