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묵묵부답'...'팬택 출자전환' 결정 또 연기 가능성
팬택 회생에 자신없는 이통사..결정 8일→14일 연기 가능성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3사의 1800억원 출자전환 동참을 조건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팬택의 회생 여부를 결정할 이동통신사들의 채권 출자전환 여부가 오늘 결정될 전망이다. 2014.7.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figure>팬택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에 대해 채권단이 정한 시한인 8일이 됐다. 그러나 열쇠를 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부터 아직 답이 없어 출자전환 결정이 또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오전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에게도 중요한 의사결정이기에 오늘까지 출자전환 여부에 대한 답을 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아직 답은 오지 않은 상태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팬택 채권단은 3일 이통사에게 1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기한을 8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통 3사가 좀처럼 출자전환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기한을 늦춘 것이다.
이미 채권단은 채권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현재 SK텔레콤(900억원)과 KT(500억원), LG유플러스(400억원)가 가진 1800억원의 채권까지 합쳐지면 팬택은 5230억원 규모의 채무 중 총 4800억원을 출자전환 받아 경영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은 중단되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단이 가진 3000억원 규모 채권의 출자전환은 1800억원 채권을 가진 이통 3사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의 채무조정안은 이동통신 3사 쪽에서 출자전환을 한다는 조건 하에 나온 것"이라며 "이들이 출자전환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채권단의 출자전환도 무산된다. 팬택은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동통신사 묵묵부답..결정 14일로 연기될 가능성
한편, 이통사의 결정이 늦어지자 채권단이 이통사의 출자전환 결정 여부 회신을 더 늦춰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법정관리로 가는 것 보다는 이통사의 결단을 이끌어 내 워크아웃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출자전환 여부 결정을 8일까지로 요청했지만 이통사에서 아직 의사결정이 안 됐으니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한다면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통사에서 도와주는 쪽이 서로 좋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뤄질 기한은 14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이통사에 8일을 최종시한으로 요청하는 것을 의결할 당시 14일까지로 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까지인 기한을 미뤄야 할 경우 기존에 논의됐던 14일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경우 출자전환에 대한 이통사의 긍정적인 언급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출자전환이 되지 않는데 시간만 낭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 가능성이 없는데 무작정 기다리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 밤 12시까지 이통사에서 출자전환에 대한 언급 또는 기한 연기와 관련해 아무런 추가 요청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통사 왜 장고하나
그러나 이통사들은 현재로서는 출자전환에 부정적 입장이다. 팬택의 회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출자전환을 할 경우 채권자에서 주주로 지위가 바뀌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우선 팬택이 재기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향후 경영 상태가 또다시 악화될 경우 주요 주주로서의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또 팬택은 출자전환 이후 매각 수순을 밟을 전망인데다 기존 주식에 대해 10대1 감자가 진행될 예정이라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된다는 것도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꺼리는 이유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중단해 법정관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팬택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영업을 해야 하고 파산까지 갈 수도 있다.
팬택이 사라질 경우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구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2곳으로 나뉘어 고착될 수 있다. 팬택의 부재로 생긴 틈새를 중국 등 후발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팬택과 협력업체 550여곳의 7만~8만명 되는 직원이 한꺼번에 설 곳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받아들이면 팬택 채권단은 예정대로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채권단은 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한 뒤 2018년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내용의 팬택 경영 정상화 지원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이자율 인하(담보채권 2%, 무담보채권 1%)와 기존 주식 10대1 무상감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팬택이 워크아웃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혹독한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될지, 이통 3사의 결정이 주목된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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