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필 우리나라 은행을 결제은행에? 정부도 '어리둥절'

기획재정부 "사전협의 없었다"..미국과 동맹국인 점 감안한 듯

(서울=뉴스1) 이현아 민지형 기자 = 29일 AFP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28일(현지시각) "제네바 합의에 따라 식료품, 의약 등을 구입하고 이를 결제할 은행 업무시스템을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은행 선정사실을 공개했다.

이란은 은행 선정 기준,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식품, 의료, 석유화학 등 취급할 물품을 먼저 언급, 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선정기준의 하나로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지정학적으로는 스위스는 중립국 위치, 한국, 일본은 똑같이 미국과의 군사동맹국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차관은 "그간 서방의 경제재제로 대금 결제가 안돼 수입이 어려웠던 식품과 의료분야에서만 연간 18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이 있을 것"이라며 "원유 무역에서도 순이익이 약 150억 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80억 달러 수준이던 석유화학제품 수출 규모도 약 200억달러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아락치 차관은 전망했다. 미국과 EU가 동결한 42억달러도 이들 은행에서 관리하게 된다.

이란측의 발표는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결제은행 선정과 관련 이란 차관의 발표에 대해 아직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2008년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에 2012년 EU까지 가세하면서 국제 은행 시스템에서 제외돼 그간 외국과의 교역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제네바 핵 합의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완화되며 인도적 차원의 물품을 시작으로 교역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제네바 잠정 합의안에 보면 금융채널을 구축해 식품, 약품, 의료장비 등 인도적 목적으로 교역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교역을 위해 결제할 수 있는 은행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어떤 것이 가능한지 알수 없으나 대이란 교역에서 국내 은행권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과의 거래에서 신뢰를 높인다는 상징성도 있다.

한국은 이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이란과 교역에 대한 파이낸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원화결제에 한정돼 있지만 외화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란에서 공식요청이 오는 대로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이란은 미국과 협의한 후 한국을 비롯한 일본, 스위스 등 해당 국가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란은 EU 등과의 실무 협의를 거쳐 지난 20일부터 합의안을 이행하기 시작한 상태다. 다음 협상은 내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hyun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