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업 위기…美·日에 경쟁력 떨어진다

법인세율 개편, 금융지원, 제품 고부가가치화 추진

한국경제연구원은 '미·일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전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미국과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 회복이 예상되는 반면 국내 제조업은 경쟁력 악화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8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총액 대비 비중과 세계 제조업 수출시장 점유율이 정체되면서 세계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와 미국 경쟁력 위원회에서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순위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오바마노믹스,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국가차원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요소투입, 가격 경쟁력, 제조업 생산성, 기술 경쟁력, 사업 환경 등 크게 5개 부문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교·평가했다.

우선 투자 부문에서 한국은 최근 제조업 투자 증가세가 2010년 32.5%에서 2011년 5.4%로 둔화된 반면 미국과 일본은 2010년 1.1%, 0.6%에서 2011년 14.1%, 13.3%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경쟁력에서는 한국의 시간당 임금은 20.7달러로 미국 35.7달러와 일본 35.5달러에 비해 1.7분의 1 수준이지만 생산에 소요되는 노동비용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 지수는 가장 높아 가격경쟁력 약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화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최근 한국의 대내외가격차도 상승하면서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생산성 부문에서는 한국은 제조업 취업자 1인당 수출액이 가장 높지만, 제조업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2011년 들어 미국이 한국을 역전했고, 일본은 2012년 4분기부터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과학기술 경쟁력에서도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규모와 수출액 대비 중·고 기술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지만 전반적인 과학·기술 인프라 경쟁력 등에서 미국과 일본에 뒤진다고 분석했다.

과학 인프라 순위는 미국과 일본이 1, 2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 순위는 2010년 4위에서 올해 7위로 하락했다. 또한 기술 인프라 순위에서도 한국은 2005년 2위에서 올해 11위로 떨어졌다.

사업 환경에서는 규제, 노동시장, 인프라의 지표들 중 한국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부문도 있으나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열악해 한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규제 및 세제 등을 기업 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하고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격 경쟁력 약화 방지를 위해서는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투자의 확대를 위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의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향후 국내 제조업 강화 정책 수립 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법인세율 개편과 같은 성공사례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