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1100원선 붕괴…'원高엔低' 리먼사태 수준(종합)

원엔 환율은 8일 오전 11시18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2.67원 떨어진 1096.84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개장시각인 오전 9시께만 해도 11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진 후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원엔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9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원고-엔저' 현상이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하락폭이 주춤했던 원엔 환율이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것은 '북한 리스크'가 사그라들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호조에 따라 원화 절상 추세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4.40원 내린 1087.00원에 장을 시작해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최근 1140원대까지 오르는 등 '원고'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2개월 만에 다시 10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달러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지난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의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힘을 실었다.

이날 98엔대에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이 99엔대로 올라선 것 역시 원엔 환율 1100원선 붕괴에 큰 영향을 줬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같은 시각 전거래일대비 0.02엔 오른 99.08엔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에 따라 원엔 환율의 마지노선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큰 이벤트 없이 98엔 후반~99엔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의 방향이 원엔 환율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이 더 편해 보인다"며 "북한리스크 등 상승재료가 많이 소멸됐으며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효과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원화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엔 환율 1100원선이 붕괴되자 외환당국 역시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선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꾸준히 원엔 환율 하락 속도 조절을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환율 하락의 추세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yun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