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은행들 금리 고민

현재 논의되는 금리 수준은 4%대. 하지만 이 수준으로 중산층 근로자의 '재산 형성'이란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분기당 300만원씩 납입해 1억원을 모으려면 7년이 넘게 걸린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리를 높였다간 역마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투자형 상품인 재형펀드의 수익률과 비교도 문제다. 다음달로 예정된 재형저축 출시를 앞두고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1억 모으려면 87개월..70년대엔 52~66개월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라 부활한 예금 상품이다. 은행별로 다음달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 1976년 출시됐다가 1995년에 폐지된 뒤 18년만에 부활되는 비과세 저축상품이다.

가입대상은 총급여액 5000만원인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로 1인당 분기에 300만원(연간 12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이자소득세 14%와 주민세 1.4%에 대해 면제 혜택이 있으며 최소 7년간 가입(10년까지 연장 가능)해야 한다. 7년을 유지하지 않으면 비과세혜택분을 다시 환급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4%대 금리로 재형저축금리를 논의하고 있다. 국민 우리은행이 다음달 6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고 다른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상품을 준비중이다.

재형저축은행은 1976년 첫 선을 보였다. 당시엔 금리는 10%였고 정부 지원까지 더하면 14~16.5% 금리가 가능했다. 77년엔 2년제 25.7%, 3년제 26.8%, 5년제 31.1%의 금리를 제공했다.

재형저축을 통해 1억원을 모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1976년 첫 선을 보인 재형저축은 월 100만원씩 66개월(16.5%시), 5년 6개월을 적립하면 1억원 적립이 가능했다. 31%의 금리라면 52개월, 4년 4개월이면 족했다.

부활한 재형저축이 4% 금리를 제공한다면 87개월간 불입해야 1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7년 3개월의 시간이다.

정연빈 한국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재형저축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보다는 높아도 과거의 이름값을 하기엔 모자란 듯하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눈치보기.. 금리 얼마 줘야

물론 다른 예금 상품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재형저축의 금리는 매력적이다.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재형저축의 실제 금리는 다른 예금에 비해 높다.

시중은행들도 비과세 혜택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4%만 해도 4.7% 금리 상품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며 "비과세 혜택을 중점 부각해 마케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재형펀드와 수익률을 비교하면 재형저축의 금리매력도는 다시 떨어진다. 재형펀드는 증권 자산운용사등이 내놓는 비과세 펀드로 재형저축과 가입조건은 모두 똑같다. 다만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재형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국내외 투자가 모두 자유롭다. 그만큼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대수익률을 감안하면 재형저축보다 재형펀드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며 "다만 그만큼 투자 리스크는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형펀드와 재형저축에 분산 투자해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형저축을 많이 팔면 예대마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대출금리를 높게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수신 금리를 보장해주는 재형저축이 많이 팔려도 문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 출시 이전까지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과 은행 자금 사정 등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xpe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