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3%대로 '뚝'…대출금리는 4~5%대로 '쑥'

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 예·적금 금리 줄하향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라…당국 가계대출 관리 요구 탓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은행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낮춘 반면,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대출 금리는 오히려 높인 영향이다.

이에 당분간 예금 금리만 떨어지면서 은행권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확대될 전망이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55%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3.15∼3.8%)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포인트(p), 상단이 0.25%p 낮아졌다.

5대 은행 중에는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대대적으로 낮췄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거치식 예금 5종 금리를 0.25∼0.4%p, 적립식 예금 11종 금리를 0.25∼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0.2%p 내렸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지난 1일 입출금 성격의 토스뱅크 통장 금리를 0.3%p 하향했다. SC제일은행도 1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최대 0.3%p, 적립식 예금 금리를 최대 0.5%p, 입출금식 예금 금리를 최대 0.8%p 낮췄다.

반면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4.16∼5.86%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연 3.88∼5.88%)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p 상승했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90∼5.754%로, 3주 전(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높아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데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은행권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 가계대출을 내줄 경우, 내년 가계대출 규모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대출 부분은 아마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은행들의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 내리는 것만큼 반영이 못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신규 대출금리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