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상호금융권, 외형성장만 치중…부동산PF 신속 해결 급선무"

금융위원장,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7번째로 상호금융권과 만나
상호금융기관 자성 촉구…"'동일업무-동일규제' 규제체계 정비 필요성"

김병환 금융위원장. (공동취재) 2024.9.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상호금융권과 만나 건전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서 '지역·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5개 상호금융중앙회 대표이사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금융위원회가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김 위원장의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7번째 일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상호금융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면·관계형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상호금유권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상호금융기관은 '공동유대, 상호신뢰'에 기초해 탄생한 '비영리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그간 지역균형발전과 상생경제에 이바지했음에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상호금융권이 외형성장에만 치중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에 소홀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충분한 자산운용 역량과 자금운용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비과세 혜택에 기반한 과도한 수신경쟁에 치중한 결과, 상호금융권의 자산 규모가 리스크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선 수준까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면서 상호금융기관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의 신속한 해결이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조속히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구조화·정리계획에 따라 6개월 내 정리를 조속히 완료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부실채권 정리 방안과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조치 등 건전성 회복을 위한 방안들도 연말까지 차질 없이 이행해 주길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상호금융권은 그 특수성으로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아 왔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대원칙 하에 타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 영업행위, 부실 정리 등 각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순차적으로 관계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건전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상호금융권의 총자산이 1033조원으로 10년 만에 2배로 급성장했다고 언급하면서 "상호부조의 조합적 성격에 비해 자산규모가 너무 크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한 수신환경으로 자산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 예견되는데, 운용 구조와 운용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현재 자산규모를 감안할 때도, 신속하게 리스크 관리역량과 자금운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시스템을 혁신하고 여신심사 능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자산 관리 역량 확충을 통한 운용 안정성 확보도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상호금융권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해법은 상호금융의 '본질',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basics)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지역·서민과 가까이 호흡하면서 축적한 아날로그적 딥데이터(Deep data)를 활용해 지역주민과 서민들에게 맞춤형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상호금융업권은 현재의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깊이 반성의 뜻을 표하면서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강화 노력에 적극 협조해 부실채권을 조속히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대출 및 부동산·건설업 대출에 의지하던 기존 영업관행을 탈피해 지역과 상생하는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금융불균형 해소와 차별화된 지역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장기적 영업방향을 고민하는 한편, 지역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선 조합의 부실채권 매각 등을 이유로 조합의 자산·자본이 감소해 조합의 동일인 대출한도가 축소될 경우, 1회에 한해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예조치 도입 등 규제 완화를 건의했으며, 각종 규제 도입시 인력과 자원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세조합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을 요청했다.

조성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국장은 그간 강화된 합동감사 실시 등 행안부와 금융당국 간 한층 더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됐고, 이를 토대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농식품부-농협중앙회 합동 현장점검 등을 통해 연체율 등 일선조합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향후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상호금융권 건전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농협이 상호금융권에서 모범적 위치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태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수협과 부실채권 일괄매각, 일선조합 공동대출에 대한 검토절차 강화 등 수협 상호금융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고, 박은식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산림조합은 타 업권에 비해 영세한 조합이 많은 만큼 향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규제 정비시 금융당국에서 영세 조합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요청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