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 신문보고 알았다…당국과 소통 없어"

우리금융 정기검사 일정 앞당긴 이유 설명하는 과정서 언급
부당대출 사태 '책임' 거듭 언급…"금감원 아닌 이사회·주주가 물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김근욱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우리금융이 최근 동양·ABL생명에 대한 인수계약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 부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를 거론하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생보사 인수 관련 언급은 금감원이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앞당겨 내달부터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하는 것과 관련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원장은 "정기검사 같은 경우에는 원래 규정상 2년 내지 3년 안에 해야 된다"며 "2021년도에 KB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연중에 했고, 연 후반부에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2022년 초까지 했다. 우리금융을 원래대로 내년 초에 하게 되면 3년이 지난 다음에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는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를 몰랐다. 증권사 인수 과정도 결국은 포트폴리오 확장에 리스크가 있는 게 있다. 생보사 인수 같은 경우는 훨씬 더 큰 딜인데, 저희도 '생보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내지는 '어떻게 된다'를 알았지만, 그날 그런 내용으로 계약이 치러진다는 것을 신문보고 알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보사 인수를 해서 영업 확장 측면에서 보면 틀림없이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라는 게 리스크 요인이 은행이랑 다른 측면이 있는데, 과연 그런 것들이 정교하게 지주단의 리스크에 반영됐는지 안됐는지에 대해서 사실 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계약이야 민간에서 (하는) 계약이지만, 어차피 저희가 인허가 문제가 있다 보니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나 감독원과 소통을 했었어야 하는데,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결국은 현재 문제가 되는 리스크들과 다양한 걱정거리들, 자산 확장 과정에서 다른 리스크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경영실태평가가 이미 3년이 훨씬 더 경과되게 된 시점에서 보는 것보단 현 단계에서 경영실태평가를 좀 하고, 그 과정에서 꼭 저희가 문제점을 적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전체 상황을 좀 봐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기검사를 좀 당겨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기검사가) 책임과는 사실 무관한 문제"라며 "어떤 하나의 운영 주체로서 금융지주의 전체 리스크를 같이 봐야 되기 때문에 보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 저희가 최대한 역량을 집중에서 빨리 볼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아울러 "이게 우리금융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금 은행의 자산운용적 측면의 것들이 전체 다른 시스템 리스크 내지는 금융회사의 어떤 중요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들이 전 세계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지주들이 과연 그런 것들을 적정하게 했는지에 대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신 운용과 관련된 것들은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KB에서도 볼 것이고, 앞으로 그것을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다 볼 순 없지만 정말 고액여신이라든가 특정 리스크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 보겠다는 것이고, 아마 그런 부분들이 점검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늦장 보고 등 대응방식에 대해 '책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라든가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금융과 관련한 질문에 "최근에 약간 오해 있는 지점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자신이 이번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현 경영진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된다', '책임이 있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물론 말도 안 되는 (전직) 회장 관련된 대출이 일어나고 부실까지 일어나게 된 것은 과거의 일이긴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대응하는 방식 등을 볼 때 과연 그런 것들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문화 내지는 서로 나눠먹기 문화 등이 상대적으로 팽배해 있다는 의혹이나 시각을 갖는 조직에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측면에서 법률적 의미의 제재가 됐건, 법률적 의미의 제재가 아니게 됐건, 그것에 대해 결국 최근의 매니지먼트(경영진)가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라든가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할 몫이지, 저희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저희는 (현재) 보이는 문제가 결국 감독행정 측면에서 보면 그런 어떤 잘못된 운영이 결국은 숨긴 부실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부실까진 아니지만 여신 실행이 됐건 뭐가 됐건 간에 관계지향적인 운영을 함으로써 전체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현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말씀드린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