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에…은행권, 책무구조도 제출 '속도'

최근 잇단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필요성 제기
신한금융 가장 먼저 제출할 전망…우리은행 내부통제 강화 의지서 서두를 수도

2024.3.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잇따른 금융사고 발생으로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은행들이 책무구조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사들 중에선 신한금융이 책무구조도 준비에 있어 한 걸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최근 전직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대두된 우리금융이 서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등은 오는 10월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에 시범운영 차원에서 10월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10월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경우 그 기간내 내부 통제가 완벽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각 은행 등은 법률 자문 및 검토를 거쳐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CEO) 등 각 임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명시한 문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책무를 맡은 임원들이 책임을 진다.

그간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피해갔던 CEO들도 조직적으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문제처럼 내부통제에 대한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로 인해 그간 은행들은 자칫 개인의 일탈이 CEO 등 임원들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우려해 책무구조도에 난색을 표해 왔다. 특히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할 경우 금융사고 발생시 곧바로 책임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로 조기 제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최근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 대해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했던 게 뒤늦게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된 게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필요성을 강화하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의 리더십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에 친인척 부당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은 여전히 의문이 큰 상황이다. 관련자들에 대해 뒤늦게 고소를 진행한 우리은행의 대응에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은행권에선 조기제출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재 업계에선 '내부통제' 부문에 있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이다.

신한금융은 법률 검토를 끝내고 시스템 구축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는 물론 은행과 카드, 증권, 라이프 등 자회사들은 이미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마무리했으며,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10월말까지 제출 시한인데, 조기에 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직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휩싸인 우리금융그룹이 내부통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조기에 제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전날 긴급 임원회의에서 부당대출 사태에 재차 사과의 뜻을 표한 뒤 "지주와 은행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대안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올바른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심층적인 대책 강구에도 주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은행 측에선 내부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10월말보다 더 일찍 제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기에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산상 시스템 구축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0월말에 제출하는 것도 빠듯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책무구조도 제출에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시범운영 기간에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책임을 면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기에 제출하기보단 신중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