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검찰 연결해주겠다"던 카드사 직원…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사기범

금감원, 보이스피싱 급증에 소비자 경보 '경고' 발령
올해 5월까지 8343건 발생…피해액 2563억원 달해

알 수 없는 출처의 앱 설치 차단 방법. 사진은 금융감독원 제공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보이스피싱 사기범 A는 택배 기사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신청하신 신용카드를 배송할 예정"이라고 전화했다. 피해자가 신용카드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답하자, A는 명의도용 피해가 우려된다며 고객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피해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하자, 카드사 직원을 사칭한 또 다른 사기범 B가 피해자 모르게 계좌가 개설된 것 같으니 금감원과 검찰에 연결시켜주겠다고 말한다. 이후 금감원 및 검찰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 C·D가 피해자 명의로 사기계좌가 개설돼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불법자산 유출 금지조치를 위해 피해자가 보유한 모든 예금을 국가 안전계좌로 이체할 것을 압박해 돈을 편취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서민들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등 보이스피싱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금융소비자 경보 '경고'를 발령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8343건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2563억원 상당에 달한다.

특히 최근엔 미끼문자·악성앱 등을 이용해 접근한 사기범들이 금융회사·금감원·경찰·검찰 등 여러 기관을 조직적으로 사칭하며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린 뒤 피해자가 비대면 대출까지 받도록 요구해 편취하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미끼문자란 사기범이 문자메시지 수신자를 속여 수신자의 개인정보와 돈을 빼앗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문자다. 주로 신용카드 발급, 과태료·범칙금 납부 안내, 택배 배송, 지인의 경조사 알림 등을 사칭한다.

사기범은 미끼문자를 통해 수신자가 문자 속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한 후 금융회사·금감원·경찰·검찰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속여 돈을 빼앗는다.

문자메시지 속에 수상한 링크와 첨부파일 등이 있다면 열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우 곧바로 문자메시지 화면 최상단에 위치한 '스팸 신고'를 하는 게 좋다. 금융사·금감원·경찰·검찰이라며 전화가 오면 일단 끊어야 한다.

사기범은 또 대출에 필요하다거나, 범죄에 연루됐는지 확인해주겠다며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평소 휴대폰의 '알 수 없는 출처의 앱 설치'를 제한하는 기능을 이용하면 악성앱 설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바일 백신앱을 설치하면 악성앱 상시 탐지를 통해 악성앱 설치를 막을 수 있다. 악성앱이 설치됐다면 모바일 백신앱(최신 버전)으로 검사 후 삭제해야 한다. 이어 데이터를 백업한 뒤 휴대폰을 초기화하고, 휴대폰 서비스센터에 AS를 요청하는 게 좋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유튜브·인터넷포털 등에 가짜 대부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부광고는 대출업체의 연락처를 남기며, 소비자에게 연락처를 남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약 피해자가 이같은 가짜 대부광고를 보고 댓글에 연락처를 남기면, 금융회사 상담원으로 위장한 사기범이 대환대출 등 대출이 가능하다며 피해자를 속인다.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신용점수가 낮아 당장 대출 진행은 어렵지만, 신용보증금을 입금하면 저리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돈을 편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도권 금융사 직원을 사칭하면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금융사 상담사를 사칭한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대출신청앱을 가장한 악성앱을 설치한 후 해당 앱을 통해 대환대출을 신청한다. 기존 대출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한 또 다른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 상품은 대환대출이 안 되는 상품인데, 대환대출을 진행한 것은 계약 및 금융법 위반"이라며 기존 대출금을 전부 상환하라고 요구한다. 피해자는 이에 사기범에게 송금해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새롭게 받는 대출인 만큼 제도권 금융회사는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대출을 먼저 상환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대출을 먼저 상환하라'고 요구는 모두 보이스피싱이다. 또 대출을 받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등으로 보낸 앱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 보이스피싱이다.

이 외에도 신용점수를 단기간에 올려주겠다며 입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도 존재한다. 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며 금전 입금을 요구할 경우 보이스피싱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구제대책을 대폭 확대하는 개정 '통산사기피해환급법'이 현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보이스피싱은 반드시 근절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전 금융권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