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 카드 만지는 당국…"혁신 저해" 신중론도[티메프발 규제공백]③
"이참에 전자금융도 금융권 준하게 규제해야"
"규제가 만사 아니다…산업 발전도 생각해야"
- 박동해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김근욱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 관련 제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에 당국이 본격적인 규제 강화를 검토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론에 의한 갑작스러운 규제 도입이 산업의 기반을 급격히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티메프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별도의 내부 TF팀을 발족시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구체적 제도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PG업체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결제를 대신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자금융업'으로 분류돼 금감원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사실 물건이 오가는 상거래 분야는 금융당국이 왈가왈부한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의 이슈가 된 것은 티몬·위메프(티메프)와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오픈마켓)가 결제 대금 흐름에 관여함에 따라 현행법상 PG업자로 등록되고, 금융과 유통간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규제 강화 검토하는 당국…관련 입법도 예고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의하면 전자화폐발행업자를 제외한 PG업 등의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는 허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등록 전금업자의 경영상황을 모니터링하지만 경영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경영개선을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없다. 강제권이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티메프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음에도 금감원이 강제성 있는 개선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이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의 방안으로 가장 먼저 PG업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31일 간부회의에서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전자상거래 및 전자지급결제 분야의 '엄격한 규율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김 위원장은 'PG에 대한 관리·감독상 미비점도 개선해 PG사의 건정경영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PG업 관리·감독 관련 입법이 예고된 상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등록 전자금융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을 준수치 못하면 자본증액명령, 영업정지, 임원개선 명령 등 적기시정 도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금법 개정안(일명 티메프 방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공정거래위원회 관할인 전자상거래 업체의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의무화, 정산주기 개선 등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 기회에 전자금융업 전반 규제 강화해야"
이번 사태로 금융업과 유사한 형태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자금융업에 대한 보다 엄격하게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적으로 금감원이 언급한 PG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금감원이 사실 PG업의 건전성을 살펴보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관련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등록 전자금융업자들에 대에 감독당국이 강제성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율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급결제시장도 하나의 금융시장임에도 부실한 업체들이 무작위로 들어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라며 "이런 업체들에게 영업을 하게끔 해준 것이 큰 문제고 그 다음에 이것을 단속할 명분에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법을 개정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대폭 늘리고 플랫폼 입점 업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법은 소비자 보호 관점이 부족했다"라며 플랫폼 업체가 소비자 돈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분리 예치 및 예치금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조 소장은 특히 고객 예치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플랫폼 업체의 파산 시에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2020년부터 전자금융거래 이용자들을 위한 보호장치 강화를 주장해 온 조 소장은 '핀테크 사업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이용자 보호는 뒷전이 되어 왔다며 오래전부터 문제가 예고되어 왔음에도 입법 조치를 미뤄온 국회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규제만이 답 아니야…산업 발전 저해될 것"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해 규제만이 답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태의 원인이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일탈에 가깝고, 이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관련 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규제의 미흡함보다 '사업자 개인의 일탈'에 있다고 봤다. 홍 교수는 "회사 적자가 난다고 해서 미수금을 못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태는 구영배(티메프 모회사 큐텐 대표)의 윤리적 문제로 횡령을 해서 사단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규제의 미흡함으로만 가져가면 똑같은 일이 또 터질 수 있다"라며 "아니면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모든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교수는 금감원이 경영지표 개선에 대한 강제성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면 적자를 보는 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에 적자가 나고 있다는 이유로 미수금을 빼돌리는지 옆에 붙어서 보겠다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적"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크로 도입과 관련해서도 홍 교수는 전자금융업체들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나 선불 충전된 일시적 유동성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인데 이를 못 하게 막아버리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100% 예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와 전자금융업을 겸영하고 있는 오픈마켓 시장을 금융의 잣대로만 규율하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 강화론에 속도가 붙는 것에 대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신중하게 검토해 예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전자상거래를) 유통업이 아니라 금융업으로 보고 금융감독원의 규제·감독이 들어오다 보면 산업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라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해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우리 기업들만 족쇄를 씌우게 되는 것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 속에 제도 개선을 마련 중인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규율이 만사는 아니다"라며 고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는 전자결제시스템 혁신의 상징이 된 몇몇 기업들도 과거에는 적자를 내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던 만큼 현재의 경영 상태만을 가지고 강한 단속하는 방식으로 규율 체계가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전자금융거래법만을 놓고 보고 잘 못 될 수도 있다"라며 전자상거래법, 대규모 유통사업법 등을 다 같이 놓고 살펴보면서 "혁신과 안정 사이의 밸런스(균형)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적 차원의 규제를 높힐 것이 아니라 업체들 간의 협회 등을 조직해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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