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밸류업 공시' 시작…"기업 자율로 미래 계획·목표 발표"

[밸류업 가이드라인]금융위·거래소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개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공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이달부터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다. 기업들은 공시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내용도 경영상에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발표할 수 있다.

특히 이미 발생했거나 결정된 내용을 정해진 서식에 작성하는 기존 공시와 달리, 자율성을 기반으로 미래의 계획을 종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투자나 연구·개발(R&D), 자사주 소각 및 배당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지원에 나섰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도 불이익이 없도록 했으며, 세제 지원과 같은 추가 인센티브를 구체화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2일 금융위와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최종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차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지난 2월 1차 공동세미나를 통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이후 3월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출범했고 △세무 회계 △상장 공시 △홍보 투자 등과 관련한 8종의 인센티브를 내놨다. 기업 규모별 릴레이 간담회, 해외투자자 대상 IR 등도 진행했다. 9월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선보이고,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도 연내 상장한다. 세제 지원 역시 구체화하는 대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에 초점을 맞췄다.

참여 여부와 작성 내용 등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기존 공시와 달리 중장기적 목표 및 계획을 알려야 한다. 또 기업정보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을 선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보고·심의·의결 등도 권장하기로 했다.

특히 투자자의 이해 편의 및 비교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을 제시했다.

기업개요는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한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한 입체적 진단을 실시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들 중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 지표를 선정한다.

재무지표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과 같은 시장평가부터 자본효율성을 볼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또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등이 대표적이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이 거론된다.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지배주주 등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꼽힌다.

목표설정은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혹은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하다. 목표 또는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면책제도에 따라 불성실공시 제재를 피할 수 있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등에 따라 목표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목표를 수정·보완도 가능하다.

계획수립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한다. 사업 부문별 투자, 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이다.

이행평가는 기업이 공시와 공시 사이에 계획에 따라 어떠한 노력을 이행했는지를 기재하도록 했다.

끝으로 소통은 현황과 향후 계획 그리고 실적을 작성해야 한다. 해외투자자를 위한 영문 공시, 주주총회 문화개선 등이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기업의 사업·경영계획 등을 포함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략·재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중심이 되고,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보고·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시는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먼저 공시해야 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모습을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well-informed decision)을 내릴 수 있게 되고, 상장기업들도 이를 계기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울이면서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다양한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 컨설팅, 교육 등의 지원방안을 활용해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자는 이러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 투자결정에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가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지원하겠다"며 "2차 밸류업 세미나가 자본시장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