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출자전환 덕에 대주주 지위 유지

오너가 7000억원 수준 대규모 출자전환…오히려 지분율 올라

태영건설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대주주가 100대1 규모의 대규모 무상감자를 추진한 뒤에도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통상 워크아웃 진행 중 감자를 진행할 경우 대주주의 지분이 줄면서 지위를 잃게 되는데, 대주주가 이후 출자전환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분율이 오히려 높아질 예정이다.

16일 태영건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18개 주요 채권단이 참여한 운영위원회를 열고 실사 결과와 기업개선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 방안을 비롯한 손익 및 재무, 유동성 추정 결과를 바탕으로 감자 및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개선 방안과 향후 정상화 추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태영건설 채권단은 대주주에 대한 대규모 무상감자 이후 1조원 수준의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결과 연결재무제표 2023년 말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5626억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심 상태다. TY홀딩스를 포함한 대주주는 경영책임 이행을 위해 100대1 수준의 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타주주에 대해서는 2대1로 차등감자를 실시한다. 이후 대주주는 대여금 등 기존채권의 100%,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감자에 따라 태영건설 대주주의 지분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지만, 이후 지주사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앞으로 대여한 4000억원을 100% 출자전환한다. 아울러 워크아웃 개시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태영건설에 지원해 준 330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확충 방법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금융채권단이 약 7000억원 규모의 대여금 가운데 절반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고려하며, TY홀딩스 지분율은 50~60%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TY홀딩스(지분율 27.8%)를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태영건설 지분은 41.8% 수준이었다.

출자전환 이후 태영건설의 최대주주가 지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과거 워크아웃 사례와 대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산업, 쌍용건설, STX그룹, 동부제철 등의 경우 과거 최대주주가 자본확충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대주주 지위를 잃은 바 있다. 태영건설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가 건실해 투입할 자본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영건설 최대주주는 워크아웃 기간 채권단에 경영권을 위임해야 하며 오너일가의 TY홀딩스 및 SBS 지분이 담보로 잡혀있어 경영권 행사에는 제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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