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1단계…코인 거래소들, '2단계 입법' 촉구(종합)

정무위 통과한 보호법, 유통 시장 중심…"발행 시장 초점 맞춘 규제 필요"
이명순 금감원 부원장 "가상자산 기술적 특징 고려…업계 의견 반영할 것"

30일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강남에서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감원이 개최한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유통 시장을 넘어 코인 발행사 등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거래소 등 유통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30일 금융감독원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를 포함해 차명훈 코인원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이중훈 스트리미(고팍스) 부대표 등 7개 거래소의 임원진과 김재진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 부회장이 참석했다.

◇5대 원화 거래소, 가상자산 발행 관련 '2단계 입법' 촉구

현재 국회는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단계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 입법은 최근 정무위를 통과한 이용자 보호법이며,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발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업권법'이 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거래소 대표들은 1단계 입법의 정무위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2단계 입법 마련을 촉구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코인원을 창업했던 9년 전만 해도 규제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것에 가상자산 업계가 커졌음을 느낀다"면서도 "최근 입법은 유통 시장에 집중된 규제"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유통, 즉 거래에만 초점이 맞춰진 규제라는 것이다.

이어 차 대표는 "좀 더 업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발행 시장 및 업권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제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코빗 대표도 "올해는 업권법(이용자 보호법) 원년으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애로사항을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이 거래소로 유통되는 방식은 증권 시장과 다르다. 증권 시장의 감시 제도나 경보제를 적용할 때 정보 공유의 범위나 방식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향후 업권법(2단계 입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기준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를 완전히 통과하기 전인 현재는 거래소들끼리 닥사를 중심으로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이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자율규제가 기존 자본 시장에 비해선 걸음마 단계일 수밖에 없다. 허술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라고 생각해주시고, 자율규제에 관해 애정을 갖고 지적해주시면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 "자율 규제, 우리도 공유해달라" 토로

이날 간담회에는 캐셔레스트, 한빗코, 후오비 코리아 등 3개 코인마켓 거래소의 대표도 참석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란 원화와 가상자산 간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는,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거래소를 뜻한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해 원화 거래를 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가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심으로 이뤄지는 탓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유승재 한빗코 대표는 "자율 규제나 정책 당국과의 협의가 닥사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의지는 있는데 정보를 바로 공유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닥사 활동 등 자율 규제에 관한 부분이 잘 공유된다면 더 규제를 잘 준수하도록 하겠다. 코인마켓 거래소와 원화마켓 거래소의 규모와 역량이 달라서 바로 따라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황을 좀 더 파악하고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용 후오비 코리아 대표도 "코인 거래소끼리 만든 단체인 VXA도 있다.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VXA에도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순 부원장 "사업자 의견, 금감원 가상자산 업무에 반영"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의견을 관련 감독 체계 마련 시 반영할 예정이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오늘 해주신 말씀을 금감원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입법이 최종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법 시행 이후 불공정거래 조사와 감독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며 "금융위원회의 후속 법령 제정과 (국회의) 2단계 법안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상자산만의 기술적 특징을 고려한 감독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이용자 보호법의 일환으로 '불공정거래 조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온체인(블록체인 상)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내역이 온전히 블록체인 상에서 공유되는 가상자산만의 기술적 특징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이 부원장은 "가상자산만의 기술적 특징을 고려해 시장 참가자 간 원활한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불공정거래 조사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위와 함께 선제적으로 감독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