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고리' 中企·자영업자 은행 연체율, 새해 들어 '빨간불'
주요 4개 은행 중소기업 대출 연체 평균치 2개월 만에 0.16%p 올라…가계도 가파른 상승세
대출 금리 상승에 경기 둔화 겹치자 한계차주 늘어난 듯…7연속 금리 인상 후폭풍 '우려'
- 서상혁 기자,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유주 기자 = 주요 은행의 연체율이 새해 들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연말만 해도 0.2%대였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불과 2개월 만에 0.4% 중반까지 올랐다. 불어난 이자 비용에 경기까지 악화되면서, 상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유례없는 7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중소법인(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제외) 연체율은 지난해 12월말 0.22~0.39%에서 올 2월말 0.32~0.51%로 상승했다. 연체율 평균치는 0.29%에서 0.45%로 올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54%였던 점에서, 현재 이들 은행의 연체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은 건 아니다.
문제는 최근의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4개 은행의 중소법인 연체율은 0.17~0.32%에서 9월말 0.21~0.32%로 거의 변화가 없다가 12월말엔 소폭 오르더니, 2월말엔 상승 폭이 더 확대됐다.
자영업자들이 받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세도 심상찮다. 4개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08~0.18%로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9월말 0.10~0.24%, 12월말 0.14~0.33%로 오르더니 올 2월말엔 0.21~0.47%로 치솟았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른 가운데, 경기도 악화되면서 어렵게 버티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한계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5대 은행에서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36~6.72%로 집계됐다. 1년 전 연 2.95~4.49%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말 3.7배에서 지난해 3분기말 2.9배로 내려갔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낮아질수록 상환 능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는 은행권 '영세 소상공인 이차보전 프로그램' 등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이 일부 종료되면서, 상환액이 급격히 불어난 영향도 일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어난 생산비용을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특성상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원자재가격 지수는 지난 2021년말 186.2에서 2022년 6월 228.7로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세가 가파르다. 4개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11~0.15%에서 9월말 0.14~0.17%, 12월말엔 0.16~0.21%로 상승했다. 지난 2월말엔 0.22~0.30%으로 올랐다.
신용대출 연체율도 급격히 올랐다. 지난해 9월말 0.20~0.25%였던 연체율은 12월말 0.23~0.30%, 올 2월말엔 0.36~0.44%까지 치솟았다. 역시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취급 금리는 지난해 7월 연 4.34~5.19%에서 5.47~5.99%로 상승했다.
은행권 연체율 상승세 문제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경기까지 하강 국면에 접어든 만큼, 연체율 상승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개선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금리와 물가 상승, 경기 둔화 기조를 감안하면 지금의 연체율 상승세는 매우 당연한 결과이고, 생각보다 늦게 이같은 모습이 나타났다고 본다"며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나, 금융당국에서 준비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자본을 확충할 제도들이 빠르게 자리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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