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자 자영업자, '이중 심사'로 새출발기금 이자 감면도 차단
재산규모·부채비율·납세현황 등 평가 후 대면상담도 진행
재산 일정 수준 넘으면 사실상 새출발기금서 제외
- 서상혁 기자,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국종환 기자 =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대상 선정과 관련해, 고액 자산가의 제도 악용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이중 심사'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심사에서 재산 대비 부채 비율이나 납세 현황, 재산 규모 등을 평가하고, 이후 2차 정밀 심사를 통해 고의 연체, 재산 은닉 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깐깐한 심사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지원이 절실한 성실 자영업자를 최대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일정 수준 자산을 갖춘 '부자 자영업자'는 원금 감면뿐만 아니라, 부실우려차주를 대상으로 한 '이자 감면'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새출발기금이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정부 주도로 만든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대출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에겐 원금 감면, 당장 부실차주는 아니지만 장기연체 가능성이 농후한 '부실우려차주'에겐 이자를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부실차주·부실우려차주 등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에 대한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다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과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은 이와 관련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를 대상으로 '이중 심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정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평가하는 '기계적 심사'와 고의적 연체 여부 등을 판단하는 '질적 심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기계적 심사에선 주로 차주의 재산 상황을 본다. 재산 대비 부채 비율, 지방세·등록세·재산세 등 과거 수년 치 납세 이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재산 대비 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채무조정이 거절되는 식이다. 납세 이력은 새출발기금 신청을 앞두고 본인의 재산을 급하게 처분하진 않았는지 여부 등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주택 등 차주의 재산규모도 거절 요건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규모별로 차주의 자산 수준을 평가하되,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채무조정 자체가 거절된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중 자영업자의 평균재산 규모 등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채무조정이 가능한 재산 기준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채무조정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세부적인 거절 요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도 채무조정 대상 대출 여부도 기계적 심사를 통해 가려낸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을 통해 △대출받은 지 6개월이 안 된 부실우려차주의 채무 △개인 간 사적 채무나 국세·지방세·관세 등 세금체납액 등 신복위 협약 미가입자에 대한 채무 △할인어음·무역금융·특수목적법인(SPC) 대출·예금담보대출·법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대출에 대해선 지원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기계적 심사를 통과한 차주는 질적 심사를 받게 된다. 질적 심사에선 해당 차주가 채무조정 지원을 받기 위해 고의로 연체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본다. 차주의 재산 현황이나 매출액, 대출 상환 실적 등 차주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서 고의성을 판단하게 된다. 예컨대 특정 기간에 매출이 늘어 대출 이자를 상환할 수 있었음에도 연체가 됐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식이다.
이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등은 필요시 전문가를 통해 신청지와의 상담도 진행한다. 또 채권금융회사로부터 신청자의 대출 또는 예·적금 거래 내역 등의 정보도 공유받을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의 수신 잔액은 줄어들고 여신 잔액은 늘었다면, 해당 차주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조정 신청 차주가 받은 대출이 실제 사업에 사용됐는지 여부도 질적심사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주택 구입 등 개인 자산형성 목적의 가계대출이나 전세보증대출은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중 심사'는 새출발기금 부실차주뿐만 아니라 부실우려차주 모두에게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앞서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에 대해선 원금 감면을 해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심사가 적용되면 부자 자영업자는 '부실우려차주' 대상이더라도 이자 감면이나 거치기간·분할 상환 등 나머지 지원도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신청 조건까지 포함하면 총 세 단계에 걸쳐 채무조정 대상을 추리는 셈"이라며 "일정 수준 재산이 있는 자영업자는 사실상 새출발기금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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