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도 오르는 코스피 "안심은 일러…연말까진 상방보다 '하방' 열려"

'확전' 가능성 차단 및 추가 금리인상 일축에 반등
고금리 지속으로 투심 악화 당분간 이어질듯…반도체는 '바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공준호 김정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글로벌 경제에도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연휴 이후 개장한 국내 증시는 일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무력충돌이 중동지역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드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댈러스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도 일부 완화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인상이 없다 하더라도 고금리 상황은 지속되는 만큼 여전히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뉴스1>이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과 관련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시장전망을 취재한 결과 센터장들은 "분쟁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국제유가도 급등 이후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뉴욕시장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등 시장 안정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도 그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언론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이 공식적으로 이란의 개입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확전(擴戰)의 가능성'을 차단하자 시장이 일단 안심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간밤 미국 뉴욕시장도 이·팔 분쟁의 영향으로 하락출발했으나 블링컨 장관의 발언 이후 안정세를 되찾고 상승반전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무엇보다 로리 로건 댈러스은행 총재가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한 점이 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지난 주말 4.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이 영향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들이 자본시장에 우호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확전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소식에 뉴욕시장이 반등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제 미국 채권 시장은 휴장이었는데 선물 가격 움직임을 볼 때 채권금리가 꺾인 모습을 보여줘서 이에 따른 반등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전쟁이슈는 불안감을 자극하고는 있지만 유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른 상황은 아니고, 국지전에 그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또 불안요인이 커지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더 못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언급했다.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보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건물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3.1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하지만 이번 상승은 그간의 낙폭에 대한 기술적 반등 수준에 그친다는 시각이 다수다.

코스피는 지난 9월15일 2601선을 기록한 이후 연휴전까지 11거래일간 무려 198포인트나 하락한 바 있다. 7.9%에 달하는 낙폭이다.

워낙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날 기계적 반등세가 나타난 것일 뿐,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조정폭이 상당히 컸는데, 오전 코스피 강세는 이에 따른 기계적 반등의 성격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환율과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큰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등장을 하니까 시장에서는 '이제는 금융시장의 문제가 수습돼야한다'는 방향으로 인지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이날 코스피 상승은 주말 미국 증시 반등에 편승해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3분기 실적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한데, 실적에 대한 시장기대치가 아직은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날의 상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금리,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등 실물 지표가 바탕이 되어야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런 지표들이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팔 무력충돌 역시 중동 전체 지역 '확전'에 대한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을 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더욱 심화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산유국이 아닌 두 세력이라 하더라도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김형렬 센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새로운 회계연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문제는 금리와 환율이 아직도 높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면 기업들이 내년에 대한 준비를 공격적으로 할 수가 없다. 이에 더해 지정학적 위험이나 여러 예측불가능한 요소가 겹쳐지면 더욱 보수적으로 예산을 짜게 된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우리 증시는 상방보다 하방이 열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렬 센터장은 "연말~내년 1분기까지는 위를 열어두기보다는 아래를 열어두고 주식시장을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다고 본다"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바닥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그보다 선행되야 할건 채권시장에서의 바닥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만에 하나 확전된다고 하면 정말 큰 영향이 있을테지만 휴전 내지는 분쟁 종식이라는 확실한 액션이 나오기 전까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