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왕따' 이유?…카카오 같은 '주식 장사' 기업 때문"

"개미는 '가치투자'로 수익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주주 '뒤통수' 친다"
"쥐꼬리 배당·쪼개기 상장·경영진 먹튀, 해외라면 '천문학적 규모' 소송감"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이지만 혁신이 아니라 '주식 장사'로 성장을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성장이 막힐 때마다 새로운 '중복상장' 카드를 꺼내고, 그때마다 기존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또 한번 엄청난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아요.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으니 글로벌 거액 투자자들이 중장기 '가치투자'가 아닌 단기 차익거래만 합니다. 그러니 매크로(대외변수)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 코스피가 제일 많이 출렁이는 겁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회장; 변호사)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카카오나 LG그룹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자회사 중복상장을 하거나 물적분할을 하면서 우리 주식시장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물가인상)과 고강도 금리인상, 이에 따른 주식시장 하락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동성이 심한 모습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또 국가 경제 규모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증시는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할인현상)라고 말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의 '주주 홀대'를 꼽았다. 자회사 중복상장, 물적분할 및 동시상장 등이 대표적인 주주 홀대 현상 중 하나다.

그는 "나스닥에 애플 상장사는 하나"라면서 "애플이 만약 앱스토어 사업부문을 분할해 나스닥에 다시 상장시킨다면? 아마 주주들에게 천문학적인 소송을 당하고 애플은 망하다시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 해 상장한다는 것은 모회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카카오처럼 자회사를 문어발처럼 두고 이들을 하나하나 상장시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주식장사'나 다름없으며 LG그룹처럼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모회사 주가를 반토막 내는 행위는 주주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대한 자금력과 풍부한 정보를 무기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이나 기관을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이겨낼 방법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시장을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 중 하나는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평가된 우량한 기업에 가치투자를 하는 주주들이 해당 기업에 '한 방'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대표는 "LG화학 주주들은 수년 전부터 2차전지 사업의 미래를 보고 이 회사에 가치투자를 했다"면서 "그런데 LG그룹은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상장시킴으로써 LG화학 주주들의 '뒤통수'를 쳤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비단 LG화학 주주들만의 손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가총액 2위로 직행하면서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상장 초기 고평가 된 주식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했다"면서 "지금 국민연금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을 사기 위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네이버 등 우량 주식을 팔아야 했고 이는 매크로 상황 악화 속에서 코스피 지수 하락을 가속화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이 자금의 '블랙홀'이 되면서 다른 혁신 기업들의 상장도 줄줄이 철회되는 등 우리 증시가 엉망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이후로도 DB하이텍, 풍산, 카카오게임즈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핵심사업부 물적분할이나 자회사 쪼개기 동시상장으로 시장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기업들 때문에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수조, 수십조원을 운용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가치투자'를 추구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배당이 해외 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고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가치투자 대신 단기 차익거래를 위주로 거래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그러니 매크로(대외변수)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 코스피가 제일 많이 출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렇다면 어떻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해야 할까.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주주의 의견을 '경영간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에 소홀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실제 지난 상반기 국민연금은 '주주 대표소송'을 본격화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넘기는 관련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사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고 기업의 활동을 현저히 저해한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한다는데 기업단체들이 드러내놓고 반대를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주주대표 소송과 같은 것을 두렵게 생각한다면 주주들을 평소에 홀대하지 말고 '오너'가 아닌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에 놓고 경영을 하면 된다"면서 "기업들이 주주를 회사의 '파트너'이자 '공동 경영자'라고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뉴스1>은 'Beyond Crisis, 기회를 잡아라'는 주제로 뉴스1투자포럼(NIF)2022를 19일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 김규식 대표는 NIF2022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처한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해법을 '기조 대담'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뉴스1투자포럼(NIF)2022 ⓒ News1 강은성 기자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