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 번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과세안부터 다시 손봐야"
업계 "유예는 환영하지만…'해외 거래내역 확보'가 능사 아냐"
에어드롭·스테이킹 분류·결손금 이월공제 적용 등 추가 논의 필요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결국 동의했다.
본격적인 과세까지 2년 더 시간을 벌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세금 계산을 위한 시스템만 정비할 것이 아니라, 과세안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게 적절한지, 에어드롭이나 스테이킹(예치)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취득원가는 어떻게 따질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게 결손금 이월공제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지난 1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유예는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과세 2년 유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협상에 대해선 "추후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며 "오랜 숙의와 토론, 정무적 판단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만 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가상자산 투자자, 특히 청년 세대의 반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결정된데다, 가상자산 소득의 경우 공제 한도가 250만 원으로 극히 낮았던 탓에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청년층의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가상자산 상승장이 3년 만에 도래하면서, 그동안 잃은 투자금을 복구하자마자 세금을 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다.
여당은 민주당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업계도 이번 유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남은 2년 동안 단순히 과세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을 넘어 과세안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유예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이에 동의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아직 과세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단, 해외 거래내역 확보는 점차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포럼 총회에서 독일·일본·프랑스 등을 포함한 48개국 대표단과 함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 다자간 정보교환협정(CARF MCAA)'에 공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내역 확보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해외 거래내역 확보만이 남은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매매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게 가장 적합한지, 또 에어드롭이나 스테이킹(예치), 채굴 등으로 얻은 가상자산에 대해선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세를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 반발이 심하다"며 "각각의 가상자산 투자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기본법부터 마련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결손금 이월공제 등 해외 국가들이 도입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영국은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얻는 소득을 '자본이득'으로 분류하고 다른 투자 자산과 손익 통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결손금 이월공제도 무기한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으로 5만 달러를 벌고, 주식으로 5만 달러를 잃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또 지난해 가상자산으로 5만 달러를 잃고, 올해 5만 달러를 벌었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 과세안대로라면 지난해 가상자산으로 5000만원 손해를 보고, 올해 5000만원으로 이득을 봐 실질 소득에 변화가 없더라도 올해 번 수익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것도 명확한 기준에 따른 것은 아니다. 수시로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도소득과도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투자소득과 가장 성격이 유사한데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됐다"면서 "현재로서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를 하더라도, 이월공제를 가능하게 하고 공제 한도를 상향해서 분류과세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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