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상승장 왔는데…"가상자산 과세, 해외로 돈 빠져나갈 것'

민주 "과세 예정대로…공제한도는 5000만원으로" vs 국힘 "2년 유예해야"
가상자산 업계 "3년 만에 상승장인데…투자자·프로젝트 해외로 뺏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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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여야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놓고 줄다리기 중인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상승장이 3년 만에 돌아온 만큼,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이제 막 회복된 국내 업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투자금은 물론 업계 경쟁력까지 해외에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놓고 엇갈린 여야…"예정대로 vs 2년 유예"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에 나선 상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유예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공제 한도만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공제액을 손익 통산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내년 시행을 앞둔 소득세법 개정안은 연간 250만 원이 넘는 가상자산 매매 수익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시 2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여기서 공제액만 5000만 원으로 올리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2년 유예'를 관철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근거다.

한 대표는 "최근 '트럼프 랠리'로 가상자산 가격이 오랜만에 올라가고 있다"며 "이번에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가상자산의 특수성상 현재 법제와 준비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가 어렵다"면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산업 육성책 없이 과세만 강조…투자자마저 해외로 뺏길까 우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타이밍'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지난 2021년 큰 호황을 누린 후 3년간 베어마켓(하락장)을 거쳤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2022년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로 큰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3년 만에 상승장이 도래했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3년 만에 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과세를 강행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을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함에 따라 수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해외로 떠났다"며 "산업 육성책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과세에만 집중한다면, 가상자산 투자자마저 해외로 모두 뺏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세가 강행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는데다, 해외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문제없이 추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에 과세하지 않는 국가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금 유출을 야기한다. 해외 국가와 협력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컨센서스(합의)를 찾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상향하더라도 세율 22%는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 있다. 가상자산 특성상 하루 만에 수십~수백%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날 빗썸에서 최대 상승률을 기록 중인 라디언트캐피탈은 전날 대비 40%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5000만 원 수익을 달성하는 투자자도 다수일 수 있다.

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5%라고 가정하면 투자금이 10억은 돼야 한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과 관련해 "누가 5% 수익률 기대하고 코인에 투자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24시간 돌아가는 시장 특성상 투자를 잘하면 하루에 수십% 이상 기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22% 세율은 지나치게 높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