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사용자 2000만명' 블록체인 서비스, 국내선 '그림의 떡'
[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⑥해외선 '블록체인 대중화' 현재진행형…가상자산 결제 사례도 늘어
국내서도 비슷한 시도 있었지만…'그림자 규제'에 수포로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활성 지갑 수 2024만개, 블록체인 기반 거래 2968만 건.
'웹3 전환'을 택한 싱가포르 대표 쇼핑 앱 카이카이가 최근 한 달간 세운 기록이다.
통상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쓸 땐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해서 쓴다. 따라서 활성 지갑 수는 지갑을 연결해 서비스를 이용한 활성 사용자 수와 비슷하다. 월간 2000만 명 이상이 카이카이로 쇼핑을 하고,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카이카이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앱 내 이벤트에 참여하면 가상자산 KAIC을 주고, 또 이 KAIC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다. 제휴된 상점에서는 가상자산으로 더 저렴하게 결제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미 익숙한 사업 모델이지만, 이 모델로 블록체인 '유즈케이스(Usecase, 활용 사례)'를 만들어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이 인기였듯, 이제는 '웹3 전환'이 인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미 사용자층이 있는 서비스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웹3 서비스'로 도약하고 있다.
과거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인 붐'이 처음으로 일었던 2018년은 물론, 두 번째 불장(상승장)이 온 2021년에도 가상자산만 인기일 뿐,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대중화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극소수의 '크립토(가상자산) 네이티브'들만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상승장이 오면서 해외를 중심으로 대중화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70만 개 수준이었던 카이카이의 일일 활성 지갑 수는 올해 11월 100만 개 수준으로 성장했다. 본래 일반 쇼핑 앱이었던 카이카이는 최근 웹3 전환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분야로 가면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진다. 디앱(탈중앙화 앱)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활성 지갑 수 기준 상위 10개 앱 중 4개가 게임이다. 일례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월드오브 디피언스'는 일간 활성 지갑 수 70만 개 수준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어떨까.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사실상 거꾸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많았으나, '그림자 규제'로 좌초되는 사례들이 생기면서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이카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국내 서비스는 페이코인이다. 지난 2019년 출시된 페이코인은 제휴된 상점에서 가상자산 PCI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처음에는 결제 기능이 주요 기능이었으나, 추후 쇼핑몰 기능을 추가해 앱에서 가상자산으로 상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카이카이와 비슷한 모델을 이미 5년 전 페이코인이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페이코인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제동 때문이다. 원화와 페이코인(PCI) 간 교환 과정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당국은 페이코인에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을 것을 요구했고, 이 요구를 충족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국내 사업을 포기한 페이코인은 현재 리투아니아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림자 규제를 우려해 사업 방식에 스스로 제한을 두는 경우도 많다. 두나무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 있는 업비트APAC에 자본금을 납입하려 했지만 '가상자산' 관련이라는 이유로 수차례 은행에서 해외 송금을 거절당했다. 이에 지난 2022년 하이브의 합작법인으로 레벨스를 설립할 때는 가상자산 거래 관련이 아닌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 사업임을 강조해 겨우 해외 송금에 성공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도 대중화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잃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들의 주요 모델은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인데, 국내에서는 P2E가 막혀 있는 탓에 국내 블록체인 게임들도 국내 시장을 포기한 채 사업을 시작하는 실정이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전 세계 4위 규모이자, 가장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시장을 포기한 채 시작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8~2020년만 해도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들이 국내에 굉장이 많았다"면서 "물론 절반은 베어마켓(하락장)을 버티지 못해 사라졌겠지만, 상당히 많은 프로젝트가 규제 이슈로 사업 범위를 축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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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