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트코인 ETF 129조 몰리고…각국 나서는데[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②

미국 ·유럽 넘어 홍콩도 현물 ETF 속속 승인…한국은 이제야 논의
금융당국, 이달부터 가상자산위원회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 논의 착수

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 값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블랙록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책임자들이 2024년 1월11일 뉴욕시 나스닥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자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올해 1월 미국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10개월 새 운용 규모(AUM) 100조원을 넘어섰다. 100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미 ETF로 들어간 셈이다.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를 거래하며 글로벌 가상자산 ETF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부터 막혀있다.

업계에서는 꾸준히 법인 투자와 함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해 개인 투자자 위주로만 구성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 구조에 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상은 이제야 허용 여부를 두고 논의의 장이 열린 수준이다.

17일 가상자산 ETF 데이터 제공사 비트보(BITBO)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미 비트코인 현물 ETF 12종의 운용자산은 약 922억9521만달러(128조9640억원)이다.

이 중 운용자산 규모가 57조5500억원에 달하는 블랙록의 ETF IBIT는 미 전체 ETF 상품 중 거래량 상위 10위에 달한다. 피델리티의 FBTC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출시된 ETF 중 운용자산 면에서도 상위 10대 ETF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같이 올해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현물 ETF 열풍은 미국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홍콩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까지도 가상자산 현물 ETF가 증시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7월 미국에서 승인된 이더리움 현물 ETF는 지난주부터 호주에서도 거래가 되기 시작했고, 브라질에서는 지난 8월 전 세계 최초로 솔라나 현물 ETF가 출시되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현물 ETF에 대한 필요성은 한국에서도 일찍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21년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을 당시에도 시장 유동성 증대, 투자 접근성 확대, 기술 발전 및 금융 혁신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가상자산 기반 현물 ETF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은 당시 국내 증권사의 현물 ETF 중개는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으로 분류되는데, 해당 항목에 가상자산이 적용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허용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총선이 마무리된 후 금융당국은 기존대로라면 지난 8월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정도 한 차례 뒤로 밀리면서 가상자산위원회 출범은 이달 초 이뤄졌고 당국은 해당 위원회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허용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한국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제약 문제도 수반돼야 한다.

현재 법인은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제한이 지속될 경우 ETF 발행사조차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비트코인 현물 ETF와 법인 투자 허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최진홍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서 허용될 경우, 개인 투자자 위주의 국내 시장 구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법인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에 비해 우량한 자산을 고를 능력이 뛰어나다. 기관의 참여는 시장의 자정 작용에 영향을 주면서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도 (비트코인 현물 ETF와 법인 투자가 허용된 이후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더 완화될 것"이라며 "변동성이 크다는 시장 이미지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과 관련해 "당국이 긍정적으로 최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위주로 관련 검사들을 진행하는 것도 이제 (현물) ETF를 허용해 주겠다는 스탠스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