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세계 2위'도 했는데…업비트는 왜 '글로벌 진출' 못할까

[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⑦국내 거래소, 글로벌 진출 가능성 요원
인프라·이용자 등 경쟁력 갖춰도 안돼…당국, 외국인 이용자 가입 불가 '고수'

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 값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모니터에 9천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해외 프로젝트들이 가장 상장되고 싶어하는 거래소는 바이낸스가 아니라 업비트입니다. 바이낸스 상장이 업비트만큼 어렵지도 않고요".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과 협업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거래량 기준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연 바이낸스다. 이용자 수도, 일 거래대금도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선호도 1위'로 한국 거래소를 꼽고 있다.

그러나 '선호도 1위'조차 진정한 글로벌 거래소로 거듭날 수 없는 형국이다. 한때 거래량 기준 세계 2위를 했던 업비트조차 국내 규제 환경으로 인해 글로벌 진출이 막혀 있다.

업비트, 왜 해외 코인 '선호도 1위' 됐나

바이낸스는 세계 1위 거래소인 만큼 상장된 가상자산도, 지원하는 통화도 많다. 바이낸스 현물 마켓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20일 기준 387개다. 또 달러, 유로를 포함한 무려 49개국 통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된 가상자산 수는 145개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거의 없는 비트코인(BTC) 마켓에 상장된 가상자산을 합해도 200여개로 바이낸스의 절반 수준이다. 법정통화도 원화(KRW)만 지원한다.

그럼에도 업비트는 일 거래대금 2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만으로 조 단위 일 거래대금을 꾸준히 유지해온 것이다.

한때는 현물 거래소 중 세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업비트는 코인베이스, 오케이엑스 등 대형 해외 거래소를 제치고 거래대금 기준 바이낸스에 이은 세계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 입장에선 국내 거래소가 안정적인 수요처인 셈이다.

바이낸스는 일 거래대금이 10조~11조원 수준이지만, 그만큼 상장된 가상자산도 많다. 거래량이 많지만 그만큼 분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금 대부분이 시가총액 상위권 가상자산에 쏠리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낸스에 상장된다고 해도 유의미한 거래량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쟁력 있는데도 막힌 '글로벌 진출'…외국인 투자자 허용 시급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것은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거래소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유동성은 물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자금세탁방지 및 이상거래감지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기술적 역량도 끌어올린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경쟁력을 글로벌 단위로 키울 수 있는 길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는 외국인 이용자의 가입이 막혀 있다. 국내 은행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국내에서 발급받은 휴대폰 번호를 통해 제한적으로 가입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이용자와 원화만으로도 업비트와 빗썸을 합해 3조~4조원대 일 거래량이 꾸준히 나오는데,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되거나 다른 통화까지 지원한다면 어떻게 되겠나"라고반 문했다. 이어 "해외 거래소처럼 선물거래, 파생상품까지 지원하면 해외 대형 거래소를 따라 잡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내 거래소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화될 수 있는 것을 넘어, 국내에서 '외화 벌이'가 가능해진다는 게 그 이유다.

외국인은 국내 은행 실명계좌를 개설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BTC(비트코인) 마켓, USDT(테더) 마켓부터 우선 허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국인이 국내 거래소의 BTC 마켓 등을 이용할 경우 국내 거래소 내 비트코인 보유량이 증가한다는 이점도 있다. 바이낸스 등 해외 주요 거래소의 BTC 마켓, USDT 마켓은 이미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 13일 '디지털자산컨퍼런스(DKON)'에 참석해 "해외 이용자 및 외국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가능해질 경우 가상자산 산업이 외화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우수하며 국가의 규제를 받는 안정된 시장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수요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에는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 의식이 공유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대상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시장으로 1년에 60조원 이상이 나가는데,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자금은 거의 없다"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외로 진출하게 하고, 해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