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만 4조원인데…국감 등장한 '콕코인' 사기 뭐길래

가상자산 다단계 사기 '콕코인', 피해자 국내만 90만명 육박
문체위 국감서 '도마 위'…울산청서 수사 전담해 상대적으로 주목 덜 받아

콕코인(KOK) 플랫폼 '콕플레이'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피해 규모 4조 원대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콕코인(KOK, 콕 토큰)'이 국정감사에서 언급되면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피해액이 조(兆) 단위인데다, 국내 피해자만 90만명에 이르는데도 2년 넘게 울산경찰청에서 수사해온 탓에 상대적으로 이슈가 되지 못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13일 금융피해자연대 등에 따르면 콕코인 사기는 2022년 8월 피해자들이 '총 모집책' 송모 씨를 최초 고소한 이후 2년째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고소가 빗발쳤지만 관련 인물 중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콕코인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콕코인 사기 관련 참고인들을 소환하고 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국감에 출석한 이민석 피해자 대리 고문변호사는 "피해자만 90만 명 이고, 피해액만 4조 원"이라며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사기를 쳤는데, 이렇게 큰 사건을 어떻게 울산지검에서 조사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도 사건이면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서 서울중앙지검이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해야 한다"며 "큰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조사하다 보니 제대로 기소조차 안 되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콕코인은 2019년 9월 출범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로, 발행 재단은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인 '콕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라며 콕코인을 홍보했다. 또 재단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다른 가상자산으로 콕코인을 구매해 이를 예치하면 월 4~20%의 이자 수익을 보증한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다.

2022년 2월 콕코인 가격은 6.5달러대까지 치솟았으나, 그 해 10월에는 0.16달러까지 가라앉았다. 불과 8개월 만에 가격이 '40분의1'이 된 셈이다. 현재는 코인마켓캡 기준 0.001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실상 '죽은 코인'이다. 지난 6월에는 해외 대형 거래소 쿠코인에서도 상장 폐지됐다. 쿠코인은 콕코인 거래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던 거래소다.

원금 회수도 불가능했다. 콕코인 발행 재단은 지난 2021년 블록체인 기업 '미디움'에 운영권을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출금이 불가능해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모집책들은 올해 초까지 콕코인을 꾸준히 홍보 및 판매해왔다. 피해자들이 '총 모집책'으로 지목한 송모 씨는 올해 2월에도 유튜브에 세마니 영상을 올리고, 콕코인의 블록체인 메인넷인 '케이스타디움(K Stadium)'을 홍보한 바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규탄 시위를 벌이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민석 변호사는 "2022년 8월 피해자 25명이 최초로 수사를 의뢰한 이후 사건이 서울에서 울산경찰청으로 넘어갔다"며 "울산에서 수사를 전담하다 보니 사건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콕코인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영국 금융정보분석원(UKFIU) 등에 미디움 관계 기업인 '메탈 아트'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