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빵형' 브래드 갈링하우스…"리플 승소, 업계를 위한 일"(종합)
리플, 연세대와 산·학 협력 맺으며 한국 사업 가속화
지난달 SEC와의 4년 소송전 끝내…"XRP, 규제명확성 확립한 가상자산"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년 간의 법적 공방을 끝낸 리플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연세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산·학 협력을 가속화하며, 한국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면에서 협업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리플 임원진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한국 진출 계획을 소개했다. 또 SEC와 4년 간의 소송전을 끝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갈링하우스 "리플 승소,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중요한 일…겐슬러 임기는 끝날 것"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된 것은 SEC와의 소송에 대한 갈링하우스 CEO의 소감이다. 최근 리플은 4년 간 이어진 미 SEC와의 소송을 끝냈다. 지난달 리플 소송을 담당해온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남부지방법원 판사는 리플에 1억2500만달러(약 1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EC가 요구한 과징금 및 민사상 벌금을 합한 2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사실상 리플의 승소인 셈이다.
토레스 판사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XRP 판매는 연방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갈링하우스 CEO는 "법원이 XRP 그 자체로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SEC가 요구한 벌금도 94%나 감액했다"고 강조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리플의 승소가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리플의 승소는 리플뿐 아니라 전체 가상자산 산업을 위한 중요한 일"이라며 "불행하게도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규제 명확성 면에서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리플 소송을 통해 판례가 확립됐으므로 전체 가상자산 업계에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규제 면에서 명확해진 만큼, 향후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갈링하우스 CEO는 "XRP는 규제 면에서 명확해진 자산이자, 시가총액 규모 상위 10개 가상자산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코인이다"라며 "코인베이스, 크라켄 같은 대형 거래소에서도 모두 거래할 수 있다. 지금 당장 ETF 출시 가능성을 언급할 순 없지만 향후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EC에 대해선 거세게 비판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게리 겐슬러 현 SEC 위원장을 SEC의 리더로서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오랜 시간 워싱턴에서 양당의 주요 리더를 만났는데, 민주당 고위 임원들조차 가상자산에 대한 SEC의 전쟁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갈링하우스 CEO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당선이 되더라도 겐슬러의 임기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연대와 '산학 협력'…커스터디 등 韓 사업 가속화
이날 소송에 대한 소감 외에 리플은 연세대학교와의 산학 협력 소식을 새롭게 알렸다. 연세대는 리플과 '블록체인 학술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 협약을 맺고 리플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보조금은 연세대 내 해커톤 활성화와 XRP 레저(XRPL) 밸리데이터(검증자) 출범에 쓰일 예정이다. XRPL은 리플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에릭 반 밀텐버그(Eric van Miltenburg) 리플 전략 이니셔티브 수석부사장은 "UBRI 프로그램은 학계와 블록체인 업계 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론적인 연구와 실제 기술을 구현하는 것 간의 간극을 메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세대의 UBRI 프로그램 합류를 비롯해 한국 블록체인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한국과 일본이 블록체인 허브라는 점은 예전부터 명확했다. 특히 한국은 가상자산 커뮤니티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개발자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한국의 '기린랩스'가 XRPL에서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산학 협력 외에도 리플은 한국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도모할 예정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모니카 롱(Monica Long) 리플 사장은 "개발자 커뮤니티 면에선 한국 시장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커스터디(수탁) 사업 중심으로도 한국 기업 및 은행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가상자산 결제와 관련한 한국의 규제가 명확해질 경우, 결제 사업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덧붙이기도 했다.
과거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협업한 바 있으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리플의 제품이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모니카 롱 사장은 "당초 한국 은행들과의 협업은 가상자산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졌었지만, 리플의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며 "한국의 규제가 더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 협업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최고기술책임자(CTO)는 XRPL의 기술적 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슈워츠 CTO는 "XRPL은 처음에 결제·지불을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였지만, 지금은 스마트콘트랙트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솔라나 같은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처럼 스마트콘트랙트를 짜고, 해당 콘트랙트를 기반으로 디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슈워츠 CTO는 "리플만의 네이티브 스마트콘트랙트를 XRPL 메인넷에 탑재하겠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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