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스탠퍼드 입학·딥마인드 최연소 PM…99년생 천재가 꽂힌 '곳'[인터뷰]
제이슨 자오 PIP랩스(스토리) 공동창업자 "블록체인은 기술 넘어 철학"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와 공동 창업…"AI의 IP 도용, 블록체인만이 해결"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블록체인은 가장 철학적인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상에서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것은 하나의 헌법을 만드는 일과 비슷합니다".
한국을 찾은 제이슨 자오 PIP랩스(스토리 기술 개발사) 창업자는 2일 <뉴스1>과 만나 철학을 전공한 그와 이승윤 대표가 '웹3'를 택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3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토리(구 스토리프로토콜)'가 한국을 찾았다. 올 초 테스트넷을 출시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임에도 불구,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를 비롯해 유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가 창업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카카오에 500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 이 대표가 스토리를 창업하는 과정에는 큰 조력자이자 공동창업자가 있었다. 스탠퍼드에 17세에 입학한 후,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에서 최연소 프로덕트매니저(PM)으로 재직한 제이슨 자오(Jason Zhao)가 그 주인공이다. 유수의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데에도 이승윤 대표의 이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업계에서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제이슨 자오의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구글 딥마인드 최연소 PM, 왜 '웹3' 택했나
자오 창업자는 스탠퍼드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석사 학위는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취득했다. 그는 철학이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믿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탠퍼드에 입학했을 때부터 철학은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됐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술이 왜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 뒤, 그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그 어느 기술보다도 철학적인 기술이다. 여러 사람들의 기여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는 '탈중앙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자오 창업자도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에 빠지게 됐다.
그는 블록체인이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모든 사상을 다 담고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자오 창업자는 "사토시 같은 블록체인 선구자들은 자유주의적 사상을 가졌다"면서도 "토큰을 발행해 기여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은 자본주의적이고,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의 구조에는 사회적인 측면도 녹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여러 철학을 담고 있는 기술임에도 블록체인의 실질적인 상용화 사례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자오 창업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자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이승윤 대표를 만나며 더욱 명확해졌다. 자오 창업자는 "이승윤 대표를 만나기 전엔 블록체인을 리서치만 하고 있던 정도였는데, 이 대표를 만나며 유스케이스(Usecase, 상용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는 철학을 전공했다는 공통점 덕에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언급했다. 자오 창업자는 "룸메이트가 이승윤 대표와 아는 사이라 만나게 되었는데, 이 대표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철학적인 매력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라인, 래디쉬 등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창업한 경험을 미뤄 봤을 때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AI 생태계에 있어서도 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스토리, 올해 말 메인넷 출시…한국이 '메인 시장'
그렇게 창업한 '스토리'는 블록체인 기술로 AI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온라인 세계에선 챗지피티(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들이 저작물을 허락없이 활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스토리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스토리 플랫폼에선 창작자들이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토큰화하고, 토큰화된 IP가 블록체인상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저장된다. 거래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활용해 IP가 2차, 3차로 활용될 때마다 창작자가 수익의 일부를 공유받을 수 있는 게 스토리 플랫폼의 핵심이다.
자오 창업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같이 눈에 보이는 자산은 희소성에 의해 가치를 가지지만, 아이디어와 IP는 무한하다"라며 "블록체인만이 IP에 적절한 희소성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토리는 테스트넷만을 출시한 상태다. 메인넷이 나오기 전임에도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3조 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
이와 관련해 자오 창업자는 테스트넷에서 이룬 성과가 추가 투자 유치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2월 출시한 스토리 테스트넷은 출시 24시간 만에 거래 250만건, 지갑 수 45만 개를 기록했다"며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에서는 수개월 걸리는 일이 스토리 플랫폼에선 하루 만에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테스트넷 단계인 만큼, 아직 이뤄 나가야 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메인넷이 없는 초기 단계다. 메인넷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엔 나올 것"이라면서 "초기 단계에지만 a16z를 비롯한 투자사들은 우리 팀의 장기적인 비전과 구성원을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자체 토큰 발행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스토리는 한국 시장에서의 안착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묻는 질문에 자오 창업자는 "한국은 세 가지 면에서 스토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첫째로 한국을 전 세계 콘텐츠의 수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케이팝과 K-드라마가 흥행하고 있다"며 "눈에 띄는 크리에이터도 많다"고 말했다. 스토리 플랫폼의 핵심인 IP를 확보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자오 창업자는 "서울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활발한 도시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 잠재력을 지닌 젊은 사업가가 많기에 스토리와 협업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었다. 자오 창업자는 "이미 한국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뛰어난 리서치를 하는 대학이 많다"며 "스토리가 한국에서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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