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규제'에 국내 사업자 '휘청'…해외업체만 '득[가상자산사업자 재편]⑤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 대상 33곳 중 17곳만 신고 의사
해외 업체는 韓 진출 가속화…"한국, 해외 프로젝트가 돈 벌어가는 시장"

편집자주 ...9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1년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최초 신고가 진행된 지 3년 만이다. 3년 동안 업계는 크게 바뀌었다.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마친 업체 중에서도 이미 폐업을 선언한 곳이 많아 이번에 신고에 나서는 업체는 3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 모든 사업자들이 신고를 수리 받았던 3년 전과 달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신고 수리 절차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에 은 이번 갱신신고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구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사업자별로 톺아본다. [편집자 주]

비트코인 이미지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3년 전 최초 신고 때에 비해 폐업한 업체나 갱신신고를 포기하는 업체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가상자산 사업 환경은 악화됐으나, 해외 업체들은 한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가 규제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해외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절반으로 줄어든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에 갱신신고를 해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총 33개다. 올해 8월 기준 가상자산사업자 37개 중 갱신신고 시기가 올해가 아닌 사업자 3개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합병된 카르도를 제외한 결과다.

이 중 갱신신고 의사를 밝힌 곳은 17개 정도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갱신신고와 관련해 사업자들을 호출했을 당시 18개 사업자만이 참석했다. 참석한 사업자 중 이미 영업을 종료한 지닥을 제외하면 갱신신고 의사가 있는 곳은 17개로 추정된다.

이는 3년 전 최초 신고 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거래소들의 줄폐업과, 국내 규제 환경을 피해 갱신신고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줄폐업은 2021년 당시에도 우려됐던 사안이었다. 가상자산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로 거래할 수 없는 거래소를 쓸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몇몇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희귀 코인을 '단독상장'하며 거래량을 늘리려 시도했으나, 단독상장 코인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효과적이지 못한 전략이 됐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2021년 최초 신고 때부터 은행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받을 수 있는 정식 창구를 마련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 역시 반영되지 않으면서 '6번째 원화마켓 거래소'가 등장할 가능성은 요원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로 얻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으나,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한 사례는 아직 없다.

반면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가한 사례는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신고를 함으로써 잃는 게 더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를 진행할 경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보안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들이는 비용도 상당한 탓이다. 이 때문에 갱신신고를 포기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란 지적이다.

한 가상자산사업자 업체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은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각종 자료 요구와 현장검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오히려 신고를 하는 게 '독'이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규제 NO' 해외 업체엔 매력적인 韓 시장

가상자산사업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업체는 빠르게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스폰서를 맡은 업체는 수이, 무브먼트, BRV로 모두 해외 업체다. 또 해외 업체들이 서울에서 여는 사이드 이벤트만 200여개가 넘는다.

이미 시장도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과 더불어 한국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힘을 잃은 가운데, 국내 거래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건 해외 가상자산들이다.

일례로 업비트도 올해 원화마켓에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뜻하는 이른바 '김치코인'을 상장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상장된 크레딧코인(CTC)이 가장 최근에 업비트에 상장된 김치코인이다. 이에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가상자산들이 차지하는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해외 프로젝트들은 한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프로젝트들이 가장 상장되고 싶어하는 거래소는 바이낸스가 아닌 업비트"라며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상 거래량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 규제를 안 지키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