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국룰'된 상폐 1년 후 재상장…'1위' 업비트에 대항

코인원·코빗 이어 빗썸도 페이코인 재상장…페이코인 50%대 상승
1년 만에 상폐 사유 해소?…공동 상폐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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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원화마켓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폐지한 가상자산을 1년 후 재상장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상폐 이력에도 불구, 투자 수요가 꾸준한 '유명 코인'을 재상장함으로써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추세다.

재상장된 가상자산들은 주로 5대 원화마켓 거래소가 속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에서 공동으로 상장 폐지를 결정한 코인들이다. 이에 공동 상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19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상장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 시행 전 최대한 많은 코인을 상장해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믹스 이어 페이코인도 '상폐 1년 후 재상장'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코빗과 코인원이 페이코인(PCI)을 재상장한 데 이어 빗썸까지 페이코인을 재상장하면서 그에 따른 파장이 거세다. 이날 오전 페이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5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빗썸은 이날까지 진행하는 투자대회의 수익률 산정에서 페이코인을 제외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페이코인은 지난해 4월 닥사의 결정에 의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에서 공동으로 상장 폐지된 코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페이코인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불수리한 영향이다. 이에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1년 만에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세 거래소는 페이코인의 상폐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빗썸은 전날 페이코인 재상장 공지와 함께 "기존 국내 결제 사업을 해외로 전환해 원화 실명계좌 발급 및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의 필요성이 해소됐다"며 재상장 사유를 설명했다.

페이코인과 비슷한 사례는 위믹스(WEMIX)다. 위믹스는 닥사에서 공동으로 상폐를 결정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업비트를 제외한 주요 거래소에 모두 재상장됐다. 역시 상폐 사유가 해소됐다는 게 재상장 근거였다.

위믹스와 페이코인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대기업이 발행한 인지도 있는 '김치코인'이라는 점이다. 위믹스는 위메이드, 페이코인은 다날의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동시에 상폐 당시에도 큰 파장이 일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두 프로젝트 모두 거래소들을 상대로 상폐 효력 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국내 투자자가 많고, 거래소와 법적 공방까지 벌였다는 점에서 상폐 당시에도 큰 논란이 있었다.

이 같은 특징을 고려하면 거래소 입장에선 인지도 있고, 국내 투자자가 많은 두 코인을 재상장하는 게 이득이다. 특히 1위 사업자인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이 재상장을 택했다는 점에서 1위 거래소에 대항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는 2,3위 거래소들의 점유율 및 매출 확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16일 빗썸에서 페이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전체 가상자산 중 5번째로 많으며, 시총 2위 코인인 이더리움(ETH)보다도 많다.

◇1년 만에 상폐 사유 해소?…투자자 신뢰 확보도 어려워

문제는 이처럼 '공동 상폐 후 재상장'이 반복될수록 닥사 결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1년 만에 완전히 해소될 정도의 상폐 사유라면, 애초에 상폐를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시장과 비교해도 재상장은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초 코스닥에 재상장한 오상헬스케어의 경우 2016년 상폐 이후 재상장까지 8년이 걸렸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페이코인의 경우 상폐 사유가 완벽하게 해소됐는지 의문"이라며 "재상장 날짜도 거래소별로 제각각이다. 거래소들 스스로 본인들의 결정에 반문하는 행위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기 전 빠르게 상장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거래소들은 당국의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분기마다 상장된 가상자산들을 재심사하고, '부실 코인'을 퇴출해야 한다. 이전에 비해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상폐된 코인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상장될 것이란 기대감에 특별한 '호재' 없이도 비정상적으로 시세가 폭등하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난다"며 거래소들의 이 같은 행보가 투자자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어 그는 "가상자산 업계에선 거래소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 신뢰에 반하지 않는 합리적인 상장 및 상폐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