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콜옵션'은 '신종 MM'으로 불린다[코인 시세조종 잔혹사]②

단순 MM 넘어 '콜옵션' 방식 유행…MM팀만 수익 내는 구조
업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임박한 현재도 성행" 지적

편집자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초의 법률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그간 ‘무법지대’였던 코인 시장에서 불공정행위가 금지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시세조종은 물론, 단순히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킹(MM)’도 엄격히 금지한다고 못박았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던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성행했던 코인 시세조종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있는지다. 이에 그간 코인 시세조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명함으로써 법 시행 이후 시스템 확립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주식시장에서 '콜옵션'이란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래에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현 시점에서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 해당 권리를 사들이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은 무한대인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 되므로 손실은 지불한 프리미엄에 그친다.

반면 코인 시장에선 콜옵션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시세조종을 전담하는 이른바 '마켓메이킹(MM) 팀'이 쓰는 일종의 업계 용어다. 특정 코인을 특정 가격에 대여할 때 주로 쓰인다.

MM팀은 시세조종의 대상이 될 만한 코인 프로젝트를 상대로 일종의 영업을 한다. 이 때 상장을 앞둔 코인들이 주로 대상이 된다. MM팀의 영업 방식은 이렇다. 상장을 앞둔 A코인의 상장가가 100원이라면, 100원에 A코인 100개를 대여하겠다고 제안한다. 이후 A코인이 상장되면 자전거래 등으로 A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대여한 A코인을 모두 매도한다.

이후 A코인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MM팀은 이미 고점에 코인을 매도했으므로 수익을 거둔 뒤다. 만약 MM팀이 A코인 가격을 200원까지 끌어올렸다면 200×100(개)로 총 2만원에 대여한 코인을 모두 팔아넘기는 셈이다. A코인은 100원 가격으로 대여했으므로 추후 A코인이 다시 100원까지 떨어졌을 때, 100개를 사서 코인 프로젝트에 돌려주면 2만원에서 1만원을 뺀 총 1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 때 피해를 보는 것은 A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A코인을 매수한 '개미 투자자'들이다. MM팀이 고점 가격인 200원에서 코인을 모두 매도했으므로 200원에 A코인을 매수한 개미 투자자들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세조종을 멈추면 가격은 다시 떨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신종 MM수법 '콜옵션', 상장 직후 코인엔 '흔한 수법'

이 같은 '콜옵션'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신종 MM수법'이다.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상장 뒷돈(상장피), 시세 조종 등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면서 기존 수법들을 활용하기 힘들어지자 MM팀들이 택한 새로운 방법이다.

'콜옵션' 방식을 활용한 시세조종 구조.

기존 MM팀들은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하는 다단계 업자들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았다. 이후 해당 자금으로 시세조종을 한 뒤, 코인 프로젝트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시세조종의 대가를 받으며 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 같은 리딩방, 다단계 등과 관련한 수법을 파고들면서 더 이상 해당 수법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택한 게 이른바 '콜옵션'이다. 상장 직전의 코인 프로젝트로부터 코인을 대여하고, 상장 직후 잠시 동안만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수익을 남겨온 것이다.

통상 상장 직후의 코인은 거래량이 많다. MM팀이 붙지 않아도 일반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하는 코인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를 틈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세인지, MM팀의 매수세인지 구분이 어렵다. MM팀이 이 같은 콜옵션 방식을 택한 이유다.

◇여전히 성행하는 '콜옵션'…대형 거래소와도 연계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도 이 같은 수법이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규 상장한 코인들을 중심으로 시세 조종이 이뤄진 사례가 많다는 전언이다.

가상자산 외주 개발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 'MM팀'은 싱가포르 등 해외를 기반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상태에서 이런 수법을 주로 활용한다"며 "해당 업체들이 쓰는 거래소는 거래량이 매우 많은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MM팀과 거래소가 결탁돼 있다는 또 다른 증언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 중 한 곳과 MM업체가 연계돼 있다는 건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