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美 당국과 '6조원 벌금 합의'…국내 투자자 구제는?

권도형·테라폼랩스, 6조원 규모 벌금 내야…SEC "피해자에 돌려줄 것"
국내에선 권 씨 재산 2333억원 추징보전…유죄 확정돼야 반환 가능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32) 씨가 출소하고 있다. 2024.03.24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6조 원 규모 벌금 납부에 합의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루나(LUNA)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권 씨 및 테라폼랩스는 SEC와 44억 7000만 달러(약 6조 1000억 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SEC는 테라폼랩스와 권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양측 법률 대리인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며 뉴욕 소재 지방법원에 이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최종 합의금 규모는 권 씨가 제시했던 금액보다 SEC가 제시한 금액에 더 가깝다. 앞서 권 씨 측은 10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고, SEC는 52억 6000만 달러를 요구한 바 있다. 평결에서 권 씨의 과실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SEC는 의견서에서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불법행위로 40억 달러가 넘는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벌금액에 대해선 "합리적인 근사치"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테라폼랩스와 권 씨는 합의금을 나눠 SEC에 내야 한다. 벌금 중 일부는 피해자 구제에 쓰일 전망이다. SEC는 "(이번 합의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최대한의 자금을 돌려주고 테라폼랩스는 영원히 폐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벌금을 모두 납부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테라폼랩스는 현재 미국 파산법원을 통해 파산 절차를 밟고 있어, 절차에 따라 금융기관 대출금 등 선순위 채권을 해결한 후 나머지 금액으로 벌금 납부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자들 중 일부가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은 권 씨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이 받아들인 권 씨의 추징보전액은 성수동 고급 주상복합을 포함한 총 2333억 원 규모다.

이는 권 씨가 우리나라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권 씨가 미국에서 벌금 납부에 재산을 모두 쓸 가능성이 있어 추가로 추징할 수 있는 재산이 없을 수 있다.

이번 SEC와의 민사 소송과 별개로 권 씨는 미국에서 형사 기소된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해 뉴욕 검찰은 권 씨를 증권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한국에선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가 2022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법원에서 권 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받아둔 상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각각 권 씨를 자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