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비트코인 ETF 첫 주, 유입액 300억원대 '저조한 성적'

미국에선 하루 만에 8500억원 유입…중국 본토 투자 막은 영향 커
'가상자산 ETF' 경쟁 활성화엔 긍정적…국내선 민주당도 검토 시작

지난 3월 13일 홍콩의 컨벤션 및 전시센터 밖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중국과 홍콩 국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4.03.18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일주일을 맞은 가운데, 한 주간 2250만달러 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에 비해 훨씬 저조한 성적을 냈다.

8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홍콩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 현물 ETF 3개 상품의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2억6200만달러다. 유입된 자금 규모는 132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AUM 규모 5420만달러, 유입액 규모 930만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 규모를 다 합해도 2250만달러(306억원)에 그쳤다.

이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비해선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시장 규모가 다른 것을 감안해도 저조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 거래된 지난 1월 11일 하루 동안 순유입액 규모는 6억2580만달러*약 8511억원)였다.

이처럼 성적이 저조한 데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거래가 막혀 있는 점이 크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홍콩 주식 거래 플랫폼들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주식 브로커 서비스 중 하나인 '푸투 증권(Futu Securites)'는 거래 계좌 개설을 위한 조건으로 중국 본토 및 미국 '비거주자'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소소밸류(Sosovalue)'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비트코인 ETF에 접근할 수 없는 만큼,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가 제한되고 거래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콩 시장의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수석 애널리스트는 "홍콩 시장에서 큰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지 말라"며 "미국 ETF 시장에서의 500억달러가 홍콩 시장에서의 3억1000만달러와 같다. 그런 점에서 홍콩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는 이미 현지 시장에선 미국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적은 저조하지만, 홍콩 비트코인 ETF를 기점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가상자산 ETF'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ETF가 더 많이 나오면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에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유권해석을 재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카이코는 보고서를 내고 "최근 출시된 홍콩 가상자산 ETF가 거래 첫날 거래량 127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46억달러에 비하면 현저히 작은 규모이지만, 홍콩 ETF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작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ETF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