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도 크립토닷컴도 '진입금지'…해외 거래소는 못 오는 한국
FIU, 자금세탁방지로 크립토닷컴 '현장검사'…韓 서비스 출시 무기한 연기
바이낸스, 금융당국 요구 맞춰 고팍스 지분 축소 '총력'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한국 진출을 예고했던 해외 대형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국내 서비스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탓이다.
이번 사례로 바이낸스에 이어 또 한 번 해외 대형 거래소의 한국 진출이 막혔다. 이에 해외 거래소의 국내 시장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기롭게 韓 진출 선언했지만…FIU '현장검사'에 막힌 크립토닷컴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한국 시장용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한국 규제당국에 크립토닷컴의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정책을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국내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100% 인수하고, 이달 말 앱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23일 크립토닷컴을 상대로 현장검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FIU는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위반 사실이 있는지 긴급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닷컴 측은 검사를 받았을뿐, 자금세탁방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 인수 이후 한국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않았으며, 당사가 인수할 땐 약 900명의 고객이 오케이비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만한 이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문제가 2~3건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FIU의 현장검사가 크립토닷컴의 서비스 출시 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귀띔했다.
◇CEO까지 한국 찾은 바이낸스…고팍스 지분 축소 '총력'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국 진출이 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의 사례가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말 고팍스(스트리미)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고팍스를 통해 한국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을 막았다.
현재 금융당국과 바이낸스·고팍스 간 협상은 '최후통첩' 단계까지 간 상태다. 올해 초 FIU는 전북은행을 통해 고팍스에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팍스는 구조조정을 거쳐 비용을 줄이고,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매달 흑자를 내고 있다.
바이낸스는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고팍스 지분율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지난달 말 리차드 텅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 FIU 관계자들을 만나 지분 축소를 재차 약속했다.
단, 본래 바이낸스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던 비에프랩스(구 씨티랩스)가 지분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에프랩스는 지난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8.55%를 취득하며 2대 주주가 된 기업으로, 바이낸스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비에프랩스의 자금력으로는 바이낸스의 지분을 사들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이낸스는 또 다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기업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팍스의 '고파이' 이용자들도 묶인 돈을 지분으로 전환하며 바이낸스 지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2022년 말 'FTX 사태' 여파로 이용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이에 고파이에 돈이 묶인 이용자들은 올해 초 묶인 돈을 고팍스 지분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받았다. 고팍스가 직접 나서 설득을 이어간 덕에 현재 약 10%의 고파이 이용자들이 지분 전환을 택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해외 대형 거래소들의 한국 진출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 거래소는 국내 금융당국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립토닷컴 측은 "한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진출하기에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한국 규제당국과 협력해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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