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리서치 센터장 "中 제재 없다면 홍콩 비트코인ETF로 자금 몰릴 것"
[인터뷰] '코인계 싱크탱크' 코빗리서치의 김민승·최윤영 센터장
"비트코인 현물 ETF 효과, 아직 다 안 나와…3년 지나면 제대로"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중국 사람들은 정부의 '제스처'나 '뉘앙스'를 보고 행동하곤 합니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도 향후 중국 정부가 투자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거나 제지하지 않는다면 패밀리 오피스나 중국 자본이 홍콩 ETF 쪽으로 크게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민승 신임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2일 홍콩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이후 중국 자본 유입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 자본의 유입은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김민승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자금 흐름을 원천 봉쇄하지 않는 이상, 간접적으로 홍콩 현물 ETF를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김 센터장은 "아직 (중국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거래를 가상자산 거래로 볼지, 증권 거래로 볼지에 대한 제스처가 나오지 않았다"며 "현지에서는 현재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뉴스1>은 최근 리서치 전담 조직을 공동 센터장 체제로 개편하고, 이 같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주요 테마들을 분석하는 김 센터장과 최윤영 신임 센터장을 만나 비트코인 ETF와 같은 시장의 주요 테마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비트코인 현물 ETF 효과, 아직 다 나오지 않아…제대로 나타나는 건 3년 뒤"
최윤영 신임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주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시장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최 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현물 ETF의 효과를 완전히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ETF가 승인됐다고 기관 자금이 바로 확 들어오진 않는다"며 "아직 미국의 ETF 승인으로 인한 자금 유입도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ETF도 브로커나 딜러 등 여러 유통 체계를 통해 배포된 뒤 고객에게 해당 ETF를 소개해 줘도 되는가를 두고 심사를 거친다"며 "이런 과정을 온보딩이라고 하는데 이 온보딩 기간은 채널마다도 다르고 특히나 전통 은행일수록 3년 정도의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3년 정도가 지나면 비트코인 ETF의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기관과 자금이 참여할수록 그 효과는 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현물 ETF의 유입과 유출 규모에 따라서 요동치고 있는 점과 관련해 향후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ETF의 유입과 유출 규모가 향후에도 시장에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지금보다는 그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모든 시장에는 하나의 팩터가 가격을 조정하진 않는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로 들어오는 자금은 장기적으로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유입과 유출로부터 받는 영향력을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김 센터장은 향후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의 상황이 비트코인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블랙록,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테슬라 등이 향후 더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다면 해당 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기업 단위로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주체가 늘어난다면 유통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고 그 주체의 매도 움직임이 지금보다는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시아 최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국가 될뻔한 韓…"아쉬운 건 사실"
두 센터장은 비트코인의 현물 ETF 시장 전망을 제시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최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국가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승인이 난 뒤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에서 승인이 난 현물 ETF 10곳의 거래 지원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상 명시된 투자 허용 상품 안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금지를 발표했다.
최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함으로써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이밖에 시장 자급의 유입 등 좋은 선례들이 있는데, 이러한 혜택들이 조금 뒤로 미뤄진 거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금지에 대한 근거는 2017년 정부의 긴급대책 내용으로부터 나온다"며 "'이 시점으로부터 우리도 조금 더 한발 나아갈 수 있지 않나'라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센터장은 "최근 (정부나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이전보다 가상자산에 대해 친화적인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연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전망은?…"5월 최초 판단서 힌트 나올 것"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가 끝난 현시점에서 두 센터장은 시장의 여러 이슈 중 가장 큰 주요 이슈로 꼽히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는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인데, 두 센터장도 최근 시장의 여론과 같이 '5월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최근 이더리움 현물 ETF를 바라보는 (SEC의) 스탠스가 신중한 쪽으로 바뀐 것 같다"며 "연내 승인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는 5월23일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거절 시) 어떠한 근거를 내세울지가 중요한 사항""라고 짚었다.
그는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특이한 점은 비트코인 현물 ETF 때와는 다르게 SEC가 이에 대해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 지원하고 싶은 운용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승인을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진행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도 "ETF를 준비하는 이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경험이 있다 보니 이더리움 현물 ETF의 경우, 바로바로 수정을 해오는 편"이라며 "겐슬러 위원장도 최근에는 ETF 자체에 대한 언급을 아예 피하는 식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이 같은 SEC의 최근 스탠스를 봤을 때, 이더리움 현물 ETF의 연내 승인 가능성은 결국 정무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5월 승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내 승인에는 정무적 판단이 큰 영향을 차지할 것"이라며 "대선 결과 등 당시 블랙록 등 여러 자산 운용사와 오가는 얘기의 분위기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코빗 센터장들이 뽑은 올해 주목해야 할 분야는 'RWA'와 'DEPIN'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는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실물연계자산(RWA) 등의 테마가 주목받고 있다. 두 센터장은 이 같은 시장 섹터(Sector)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각자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소개도 이어갔다.
최 센터장은 "기관 자금이 장기적으로 유입될 만한 곳이 RWA 시장"이라며 "전통 금융이랑 결합이 되면 RWA가 가장 유망한 섹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WA가 성장했을 때는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간의 경계도 허물어질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는 RWA 섹터가 상당히 유망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AI 쪽 시장은 계속해서 화두가 될 것 같다"면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핫한 시장이 AI인데 디핀(DePIN)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 신임 센터장들의 포부는? "트렌디하면서도 유통기한 긴 리포트 선보이겠다"
끝으로 두 센터장은 취임 이후 첫 인터뷰를 진행한 만큼 센터의 향후 운영 계획 및 목표에 대해서도 밝혔다.
최 센터장은 우선 "코빗 리서치 센터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도 자산군 동향 파악이나 기관의 자금 분석, 투자 테마 등 트렌드한 분석 리포트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리서치센터의) 실적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이 업계에서의 상징성이나 비중은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믿을만한 레퍼런스를 가진 리서치센터이자 유통기한이 긴 리서치를 작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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