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트코인 현물 ETF 참여한 공룡 기업, 韓 코인 시장 '도전장'

[인터뷰]전세계 비트코인 거래 20% 담당한 비트고, 국내 수탁 사업 도전
비트고 APAC 총괄 "당국 심리 존중하고 현지 문화 특성 읽어야"

아벨 시아오 비트고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이 18일 서울 강남구 디스프레드에서 진행돤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디스프레드 자료 제공)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비트고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규제 당국과 손발을 맞추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한 가상자산 사업자다. 한국에서도 시장 규제 상황을 살피고 당국의 생각을 존중하며 장기적으로 우리의 계획을 실행시킬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함해 비트고가 가진 모든 가상자산 플랫폼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다."

아벨 시아오(Abel Seow) 비트고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은 지난 18일 국내 시장 진출 전략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 기업 비트고는 하나은행과 함께 올해 하반기 정식 국내 가상자산 수탁업자로의 라이선스 획득을 준비 중이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카르도(CARDO),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이은 4번째 가상자산 수탁 업자로의 등록을 위한 도전이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해시덱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커스터디를 맡고 있고,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거래의 20%가량을 차지할 만큼 글로벌 시장 안에서의 존재감도 큰 사업자다.

◇ "韓 시장 '유니크'…현물 ETF 성공 가능성 커"

시아오 APAC 총괄은 "한국은 가상자산과 관련돼 모든 것이 특별한 시장"이라며 "웹3와 관련해 모든 것들이 빛날 수 있는 '유니크한 곳'이기 때문에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최상위권의 거래량을 보이는 거래소와 훌륭한 웹2 기반이 있다"며 "좋은 비전을 가진 크립토 빌더들도 많아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수탁,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한국이 홍콩에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승인을 할 수 있는 두번째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아시아 중 한국과 일본의 (거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이 1월에 ETF 승인을 한 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됐듯 최근 한국에서 나온 여러 정당들의 가상자산 공략들이 실제 실행된다면 이러한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국내 사업자 도전하는 비트고

시아오 총괄은 "비트고 플랫폼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가 오랫동안 기관과 함께 호흡하며 일을 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기관이 요구하는 바와 원하는 규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서포트' 프로그램이 비트고에는 잘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트고에는 멀티 시그 등 뛰어난 보안성을 갖춘 기술과 10년간 쌓아온 트랙 레코드(히스토리), 지속적인 서비스 업데이트 실행 등을 여전히 강점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오는 7월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기관이 이전보다 명확한 규제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이로부터 오히려 비트고의 장점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벨 시아오 비트고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이 서울 강남구 디스프레드 사무실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참석하고 있다. (디스프레드 자료 제공)

◇ 韓 진출 막히는 분위기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다 되는 건 규제 아냐"

비트고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 수탁 사업자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가상자산 사업자(VASP)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딱 한 곳의 업체만 VASP를 획득할 만큼 최근 들어 VASP 획득이 좀처럼 쉽지 않은 환경이다.

게다가 최근 바이낸스나 크립토닷컴 등의 사례로부터 금융당국이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트고도 이러한 국내 규제의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시아오 총괄은 "한 나라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특성을 잘 해석하지 못한 곳의 내용을 규제 당국이 받아들일 필요는 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라는 것 안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뉘앙스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업자가 그 시장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 시장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려는 이들의 심리적 부분을 특히나 잘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가상자산 생태계 성장 지원하겠다"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이 좀처럼 글로벌 사업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국부 유출 우려'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비트고는 이 같은 우려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아오 총괄은 "한국으로부터 무언가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파트너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국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트고가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성장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실패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일 것이고 향후 우리가 다른 시장에 진출했을 때의 레퍼런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고는 장기적으로 그들이 가진 여러 가상자산 플랫폼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현물 ETF의 커스터디뿐만 아니라 수탁 보험, 지갑 서비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등 다양한 가상자산 서비스들을 보유하고 있다.

추후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다면, 그 ETF의 커스터디 구성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우선 하나은행의 지원을 받아 하반기 공식 수탁 업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후발 주자로서 천천히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목표다.

시아오 총괄은 "기존에 수탁 사업자로 등록된 회사들은 앞서 은행, 기술 회사들과 협업을 해서 몇 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며 "후발사업자로 점차 시장 파이를 늘리겠다"고 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