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찾은 리처드 텅 바이낸스 CEO "최우선 과제는 규제 준수"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리처드 텅 "나이지리아 포함 각국 규제당국과 소통"
"바이낸스, 모든 국가 규제 준수할 수 있다"…지난달엔 한국 찾기도
- 박현영 기자
(파리=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 산업은 아직 신산업이고, 규제도 새로 생겨나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바이낸스는 어느 국가에서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각국 규제당국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텅(Richard Teng)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4'에서 바이낸스의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리처드 텅은 지난해 11월 바이낸스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43억달러(5조5000억원) 규모 '벌금 폭탄'을 맞았을 당시 CEO로 취임했다. 그는 싱가포르 통화청(MAS) 출신이자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금융서비스 규제당국을 이끌었던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다.
리처드 텅 취임과 동시에 규제준수가 바이낸스의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여러 국가에 진출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만큼, 각국 규제당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올해 바이낸스의 최우선 목표다.
이날 열린 대담도 바이낸스가 각국 규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예가 나이지리아다.
지난달 말 나이지리아 정부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단기 출장을 떠난 티그란 감바리안 바이낸스 컴플라이언스 담당 임원과 나딤 안자르왈라 바이낸스 아프리카 지역 담당이 현지에 구금됐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바이낸스가 나이지리아 화폐 가치를 폭락시키고, 중앙은행의 권한을 침해한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텅은 "일단 구금된 직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구금된 직원들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고 있냐는 질문에는 "루머가 많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나이지리아 규제당국과 협력적인 태도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낸스 이용을 금지한 국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최근 필리핀이 바이낸스 접속을 차단하면서 필리핀 이용자들은 바이낸스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아부다비의 금융 규제를 담당했던 전문가로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리처드 텅은 "규제당국과 나눈 대화는 모두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입장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모든 규제당국의 요청에 협조하고 있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만 5만8000개에 달하는 규제당국의 요청에 대응했다"면서 "최근에는 대만을 방문했는데, 대만에서 바이낸스는 규제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유일한 해외 거래소"라고 말했다. 대만 내무부는 지난달 바이낸스를 '법 집행' 협력 거래소로 선정한 바 있다.
이처럼 컴플라이언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규제 자체가 불명확해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리처드 텅은 토로했다.
그는 "유럽의 미카(MICA)처럼 가상자산 산업에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는 국가들도 있다. 미카에 대해선 완전히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는 가상자산에 관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나머지 3분의1은 통일성 없이 제각기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텅은 "특정 국가에서는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간주해 상품 규제 기관에서 관할하고, 또 다른 국가에서는 증권으로 간주해 증권 규제 기관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각국의) 규제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규제가 가장 큰 고충"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바이낸스가 전 세계 국가 규제를 준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용자들의 신뢰도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이낸스가 각국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가상자산 산업의 규제 명확성을 위해 더 많이 컴플라이언스에 집중하고, 가상자산 규제가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력한 AML(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들의 신뢰도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리처드 텅 CEO는 지난달 말 한국을 비공개로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들을 만나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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