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출금 중단' 델리오 회생 신청 기각…피해자들, 파산 신청으로 대응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코인 출금 중단' 사태를 일으킨 가상자산(암호화폐) 예치 업체 델리오에 대한 회생 신청이 모두 기각된 가운데, 회생 신청인인 피해자 측이 파산 신청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델리오는 사업을 재개해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회생법원, 델리오·하루인베스트 회생 신청 기각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델리오와 하루인베스트코리아에 각각 가상자산을 예치한 채권자들이 낸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 입장에서 회생 절차를 계속 진행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가상자산 자체를 반환받는 것보다, 파산 절차를 진행해 가상자산의 가액을 반환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또 델리오의 경우, 델리오가 재개하겠다는 사업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봤다. 즉, 미국의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처럼 파산으로 처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루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해 6월 13일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의 출금을 중단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주요 경영진은 고객을 속여 약 1조4000억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델리오는 경쟁 업쳬임에도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하루인베스트에 일부 가상자산을 예치했다. 또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 업체 트라움인포테크에도 고객 자금을 예치했는데, 트라움은 하루인베스트가 가상자산을 예치한 비앤에스홀딩스(B&S홀딩스)에 고객 자금을 예치했다. B&S홀딩스는 대형 거래소 FTX가 파산한 'FTX 사태' 여파로 자금난에 처한 곳이다.

이에 대한 여파로 델리오도 지난해 6월 14일 고객의 가상자산 출금을 중단했다. 단, 델리오 대표 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기각됐다. 피해 규모는 약 2450억원이다. 이후 델리오 이용자 95명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피해자 측 '파산 신청' 대응 vs 델리오 "사업 재개할 것"

하지만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로집사를 통해 파산 신청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법무법인 로집사의 이정엽 대표변호사는 "전날 밤 긴급히 위임자(피해자)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파산 신청을 바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산 신청은 법인파산과 개인파산 모두 진행한다.

또 "피해자들이 예치한 가상자산이 이전된 방모씨(B&S홀딩스 대표), 렘마테크놀로지에 대한 파산 신청과 하루인베스트 및 델리오 운영자에 대한 파산 신청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B&S홀딩스는 앞서 FTX 사태로 자금난을 겪었고, FTX에 대한 채권을 파나마 법인인 렘마테크놀로지로 이전해 자산 은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델리오의 입장은 다르다. 델리오는 회생 기각이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를 정상화해 피해자들에게 채권을 변제하겠다는 것이다. 델리오는 지난달 채권자들에게 '델리오 채권자협회'에게 가입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델리오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당사는 회생 신청 기각을 환영한다"며 "10개월 동안 준비해온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