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갈라파고스' 된 한국, 총선에 주목하는 이유[박현영의 코인사이트]

12% 넘은 '김프'에 부족한 유동성…외국인·법인 거래 제한한 탓
여야, 총선 공약에 가상자산 공약 대거 포함…'갈라파고스' 탈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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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요즘 '투자' 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코인'입니다. 특히 비트코인(BTC)이 최고가 경신 랠리를 시작한 지난달부터 더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일 거래량은 코스피와 맞먹는 수준까지 불어났죠.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지난해만 해도 4-5% 수준이었던 '김치프리미엄'이 12%까지 치솟가도 했습니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가격과 해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 차가 1000만원 이상으로 벌어졌죠. 비트코인 1개를 사려는 국내 투자자는 '1000만원 비싸게' 사야 하는 현실입니다.

김치프리미엄이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비싸게 사서 팔 때도 비싸게 팔면 되니까요. 하지만 김치프리미엄이 12%일 때 비트코인을 샀는데, 가격이 자꾸 떨어져서 처분하려 할 때 김치프리미엄이 8%라면 어떨까요?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손실과 더불어 김치프리미엄으로 인한 손실까지 '이중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엄이 치솟는 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국내 투자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하나 더 있습니다. 업비트 거래량이 한때 13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편은 아닙니다. '2위 거래소' 빗썸만 해도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가상자산, 즉 알트코인을 거래하려면 거래 체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됩니다.

최근 업비트는 상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 뜨는' 코인을 사고 싶은 투자자들은 빗썸, 코인원 등 2, 3위 거래소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 거래소는 유동성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코인 투자를 '제대로' 하려는 사람은 국내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로 향하게 됩니다. 한국 시장은 점점 '코인 갈라파고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외국인·법인 거래 제한한 탓…갈라파고스 만든 '그림자 규제'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현재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에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규제, 이른바 '그림자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외국인(국내 비거주자)과 법인의 가입을 받지 못합니다. 당국이 해외 거주 외국인의 가입을 사실상 제한하도록 하면서 지난 2021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국내 휴대폰 번호로 인증이 불가능한 외국인의 거래를 모두 차단했습니다.

개인의 달러 송금액을 제한하는 외국환거래법이 있는데, 외국인 거래까지 차단되니 국내 거래소에는 해외 자금이 전혀 흘러들어올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자연히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건 기관투자자, 즉 법인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말부터 금융당국의 '지침'이라는 이유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도 풍부한 유동성을 누리기 힘듭니다.

그림자 규제가 너무 많아 가상자산을 발행한 사업자 입장에서도 한국은 갈라파고스입니다. 법인 투자가 금지돼 있어 발행한 가상자산을 처분해 직원 월급을 줄 수도 없고, 애초에 한국 기반의 가상자산발행(ICO)도 금지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을 발행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세금을 내며 사업을 운영하는 실정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으로 생성한 그림. 김치프리미엄을 묘사했다.

◇코인 시장에도 '오픈마인드' 필요…법인 투자 허용 시급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도 사전 등록 없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한국이 '코인 갈라파고스'가 된 지금, 가상자산 시장에도 좀 더 '오픈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행인 점은 총선을 앞둔 지금, 여야 주요 가상자산 공약에 국내 시장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가상자산발행(ICO) 단계적 허용을,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및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을 가상자산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국내 시장의 부족한 유동성이 점차 풍부해지고, 김치프리미엄도 어느 정도 해소될 여지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 시장에서 허용되기 위해서도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부터 허용돼야 합니다. ETF를 발행할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또 ICO가 허용되면 국내 기업은 더 이상 해외에 세금을 내지 않고, 국내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해도 됩니다.

총선 공약에 담긴 것만으로도 국회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의미있는 담론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인 투자자라면 이번 총선에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이 비트코인을 1000만원 비싸게 사고, 사고 싶은 알트코인조차 제때 살 수 없는 '코인 갈라파고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될 지 주목됩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