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차드 텅 바이낸스 CEO 비공개 방한…금융당국과 '고팍스' 담판 짓나
당국 관계자 만날 예정…고팍스 지배구조 개선 방안 논의할 듯
1년 6개월 째 韓 진출 막힌 바이낸스…고팍스 지분 매각 공식화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리차드 텅(Richard Teng) 최고경영자(CEO)가 비밀리에 방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금융당국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말 고팍스를 인수하고 한국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1년 넘게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수리해주지 않으면서 한국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뉴스1> 취재 결과 리차드 텅 CEO는 전날 비공개 일정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번 방한 일정에서 그는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2년 말 한국 진출의 통로로 고팍스 인수를 택했다.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가 FTX 사태 여파로 이용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서 바이낸스는 고파이 채무 또한 책임지기로 했다.
바이낸스가 대주주로 올라서자 고팍스는 전(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였던 레온 싱 풍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FIU에 제출했으나, FIU는 수리 여부 결정을 계속 미뤘다.
이후 고팍스는 이중훈 전 대표로 대표를 교체하고 변경신고서를 또 한 번 냈으나 FIU는 이에 대한 결정도 미뤘다. 현재는 코스닥 상장사인 비에프랩스(구 씨티랩스)가 바이낸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대표도 조영중 전 씨티랩스 대표로 한 번 더 교체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변경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바이낸스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43억달러(5조5000억원) 규모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측면에서 바이낸스의 범죄 이력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FIU는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 심사 시 심사 대상을 현행 사업자, 임원에서 '대주주'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FIU의 입장이 강경한 탓에 올해 초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대주주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또 FIU는 최근 고팍스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전북은행을 통해 3월 말까지 고팍스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이에 고팍스는 지난달 '고파이' 이용자들에게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라는 요청서를 발송했다. 고파이 이용자들의 지분이 늘어나게끔 함으로써 바이낸스의 지분을 줄이려는 의도다.
리차드 텅 CEO도 이번 방한에서 당국 관계자들과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고팍스를 구제하기 위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텅 CEO가 싱가포르 통화청(MAS) 출신인데다, 바이낸스 대표로 선임될 때도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를 가장 강조한 만큼 한국 금융당국과 직접 소통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그는 바이낸스 대표로 선임되기 전 미국 외 지역을 총괄하는 '지역 시장 총괄' 직을 맡으면서 한국을 방문, 고팍스 및 전북은행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편 바이낸스는 최근 금융감독원 출신 대관 담당자 1명도 추가 채용했다. 해당 담당자 역시 고팍스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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