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X 사태' 불똥…'코인 예치' 델리오에 묶인 돈 '2450억 눈덩이' 왜?
작년 8월 델리오 "예치 규모는 900억"…이후 비트코인 4배 급등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델리오 대표가 구속 갈림길에서는 벗어났지만 그간 델리오의 기업회생 절차 심문에서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피해 규모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델리오에 묶인 고객의 가상자산 예치금 규모는 24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델리오가 직접 밝힌 예치금 규모 900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당시에 비해 비트코인(BTC) 가격은 4배 가량 급등한 상태다. 델리오가 출금을 중단한 지난해 6월 14일에 비해선 3배 이상 올랐다.
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2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델리오 대표 정 모 씨(51)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현재까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해 온 점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 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 22일 정 씨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릴레이' 출금 중단…델리오에 무슨 일이
델리오는 이용자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를 운용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한 점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델리오는 지난해 6월 '하루인베스트 사태' 여파로 돌연 출금을 중단했다. 하루인베스트는 델리오와 비슷한 모델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고객 8만명 이상이 맡긴 가상자산을 소규모 퀀트 트레이딩 업체 '비앤에스홀딩스(B&S홀딩스)'에 맡겼다.
B&S홀딩스는 지난 2022년 11월 발생한 'FTX 사태'의 여파로 하루인베스트에 자산을 돌려주지 못했고, 이 때문에 하루인베스트는 고객 자산의 출금을 중단해야 했다. FTX 사태란 세계 3위권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부실 경영 등으로 파산한 사태를 말한다.
델리오는 경쟁 업체임에도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하루인베스트에 고객 자산을 맡겼다. 이 때문에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출금을 중단하자 델리오도 연쇄적으로 출금을 중단했다.
또 델리오는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발한 IT 업체 '트라움인포테크'에도 고객 자산을 맡겼다. 이 트라움인포테크 또한 B&S홀딩스에 자산을 맡겼다가 손실을 봤고, 델리오는 트라움인포테크에 맡긴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손실 역시 델리오 출금 중단의 배경이 됐다.
◇코인 급등에 불어나는 피해 규모…2800명 투자자 '발 동동'
델리오에 자산을 예치한 고객 2800여명은 출금 중단 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맡긴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ETH), 리플(XRP) 등 델리오가 받은 가상자산의 가격은 크게 뛰어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정 씨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 2800여명으로부터 245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출금 중단 이후 두 달이 지난 지난해 8월 델리오가 직접 밝힌 예치금 규모인 900억원보다 훨씬 늘어난 규모다.
델리오는 지난해 8월 말 공식 소통 카페를 통해 대략적인 손실 규모를 공개했다. 델리오가 언급한 가상자산 예치 규모는 총 900억원이며, 손실률은 30~50%였다. 델리오는 이후 진행된 기업 회생절차 심문에서도 예치 규모가 9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8월 말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700만원대였다. 현재는 1억원을 돌파한 후 소폭 하락, 96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약 4배 오른 셈이다. 델리오가 출금을 중단한 지난해 6월 14일 가격(2930만원)에 비해서도 3배 이상 올랐다. 이더리움(ETH)도 8월 말 기준 200만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현재 500만원까지 2.5배 가량 뛴 상태다.
델리오가 당시 밝힌 규모가 사실이라면 코인 가격 급등으로 델리오에 묶인 가상자산 가치 역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델리오는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회생에 대한 의견은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