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막힌 바이낸스…"일본에선 잘 나가네"

거래소 인수 통해 세운 바이낸스재팬, 일본 최대 거래소로 성장
같은 인수 방식 택한 韓 고팍스의 지분은 매각하기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일본 내 출범한 바이낸스재팬이 현지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반년만에 현지에서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지원하는 거래소로 우뚝 섰는데, 고팍스 인수 후에도 시장 재진출이 가로막힌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낸스재팬은 47개의 가상자산을 지원하면서 일본 최다 가상자산 지원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8월 출범 당시 34개였던 가상자산 지원수를 반년 만에 13개나 더 늘리며 일본 내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 가상자산 지원 거래소들은 거래소 내 가상자산의 거래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상 일본 거래소가 한 가상자산의 거래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3개월 가량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타케시 치노 바이낸스 재팬 대표는 지난달 바이낸스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내 빠른 속도로 거래소 규모를 키운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낸스재팬은 바이낸스가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22년 11월 사쿠라 익스체인지를 인수한 뒤 사명을 변경하고 지난해 8월 출범한 거래소다.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현지 거래소 인수 이후 각 나라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바이낸스가 사쿠라 익스체인지를 인수한 뒤 마침 일본 정부는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웹3와 블록체인 시장을 꼽으며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을 수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민당에서는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 일본 금융청이 수용할 수 있는 규제 구조를 만드는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타케시 치노 대표도 이 같은 현지 분위기를 활용해 거래소 파이를 더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금융 당국은 여전히 자금세탁 이슈 등을 이유로 고팍스를 통한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을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다. 바이낸스는 앞서 지난해 1월 '고파이 미지급' 문제를 겪던 고팍스의 리스크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고팍스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 진출의 활로를 여는 듯 했으나, 이후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서가 수리되지 않는 등 국내 당국으로부터 '진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이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오는 8월 실명 계좌 재계약을 앞두고 최후통첩을 알렸다. 이에 맞춰 바이낸스도 결국 고팍스의 지분 매각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힘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바이낸스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컨버트 서비스에 일본 엔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바이낸스의 컨버스 서비스 리스트에 일본 엔화가 추가되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일본 엔화와 가상자산을 1대1로 교환할 수 있다. 나아가 바이낸스 글로벌 거래소 안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BNB코인을 각각 일본 엔화와 묶어 만든 거래 페어도 생겼다.

바이낸스재팬은 일본 내 현지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공동 연구 단계에도 착수했다.

다케시 치노 대표는 이와 관련해 "미쓰비시 산하에 있는 UFJ 신탁은행(MUTB)과 함께 엔화 및 기타 법정 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공동연구를 시작했다"며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달러, 유로와 같은 다른 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