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블록체인' 위기에…카카오-네이버 '혈맹' 블록체인 합친다(종합)

'카카오표'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라인표' 블록체인 핀시아 통합
솔라나 4배 오르는 동안 클레이튼·핀시아는 제자리…통합에 영향

클레이튼 제공.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카카오 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네이버 관계사 '라인 표' 블록체인 플랫폼 핀시아가 함께 신규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한다. 두 블록체인 플랫폼의 생태계를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카카오로부터 분리됐으나, 클레이튼은 본래 카카오 자회사였던 크러스트가 운영해온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또 핀시아는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이 개발 및 운영해온 플랫폼으로, 이전 이름은 '라인 블록체인'이었다.

두 블록체인 플랫폼은 출시 당시부터 비교 대상이 돼 왔던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결 구도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국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런 두 플랫폼이 '블록체인 합병'을 선택하면서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솔라나 4배 오르는 동안 클레이튼·핀시아는 제자리…통합에 영향

16일 클레이튼 및 핀시아 재단은 두 블록체인 생태계를 통합하는 신규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재단은 16일부터 각자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생태계 통합 계획 제안서'를 공개하고, 오는 2월 2일까지 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통상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커뮤니티 구성원의 투표로 프로젝트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두 프로젝트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아시아표' 블록체인의 위기가 있다. 클레이튼은 대표적인 'K-블록체인'이다. 또 라인은 일본 기업이지만, 핀시아 블록체인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라인넥스트 및 핀시아 재단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인 점을 감안하면 핀시아 역시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간주되고 있다.

블록체인 통합 배경에 대해 핀시아 재단 측은 "아시아 시장은 글로벌 GDP의 34%, 가상자산 거래액의 77%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블록체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5% 수준으로 낮고 파편화돼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가상자산 투자 열기는 뜨겁지만, 투자자들이 '아시아 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닌 영미권 프로젝트에 많은 자금을 붓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 표 프로젝트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핀시아 측은 "이에 아시아 최대 제품과 인프라 자산을 보유한 핀시아와 클레이튼을 통합해 '아시아 No.1'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더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두 블록체인 플랫폼이 통합되면 420개 이상의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디앱), 45개 이상의 거버넌스 파트너가 확보된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디앱과 생태계 파트너사들의 성장세이므로, 두 블록체인을 합하면 아시아 최대 규모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미권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 두 플랫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못했던 것도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영미권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블록체인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코인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K-블록체인'은 정체기를 걸었다. 클레이튼은 지난해 카카오를 벗어나 코인의 70% 이상을 소각했음에도 가격이 살아나지 못했다.

핀시아도 마찬가지다. 라인 블록체인에서 리브랜딩 과정을 거쳤음에도 가격은 줄곧 하락하기만 했다. 경쟁 블록체인인 솔라나의 SOL 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4배가량 오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두 플랫폼을 통합해서라도 성장을 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합 토큰 탄생…인플레이션율 낮춰 가격 상승 꾀한다

통합 블록체인에서는 새로운 '통합 토큰(PDT, 가칭)'이 탄생한다. 토큰경제도 새롭게 구성된다.

우선 클레이튼의 기축통화 KLAY와 핀시아의 기축통화 FNSA를 통합한 전체 토큰 발행량 중 24%를 소각한다. 또 재단 보유 미유통 물량, 이른바 '리저브 물량'을 두지 않는 '제로 리저브'를 시행한다. 이는 핀시아 측이 먼저 시작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클레이튼은 재단 활동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펀드를 운영해왔다. 이 펀드들은 에코 펀드와 인프라 펀드 형태로 존치하되, 현재처럼 공식 메인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또 각 블록체인 플랫폼이 유지하던 인플레이션 비율도 5.2%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토큰 가격 상승을 꾀할 예정이다. KLAY 및 FNSA 토큰 보유자들은 기존 보유량을 '클레임'하고 새 토큰을 받을 수 있다.

통합 블록체인의 기술력도 주목된다. 통합된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더리움가상머신(EVM)과 코스모스의 '코즘와즘(CosmWasm)' 기술을 결합해 호환성과 성능을 갖춘 네트워크가 될 예정이다. 즉, 다른 EVM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들과도 호환된다.

핀시아 측은 "통합 블록체인의 거버넌스는 45개 이상 기업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며 "참가사 확대와 커뮤니티 위임 기능 강화로 탈중앙성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소식으로 클레이튼 및 핀시아 가격은 모두 상승세다. 16일 오후 3시 빗썸 기준 클레이튼(KLAY)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30.89% 상승한 338원이다.

핀시아(FNSA)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2.055% 오른 4만7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