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업무 안 합니다"…총파업에 멈춘 기업은행
입·출금 등 최소업무만 진행…고객 안 받는 지점도
노조, 특별성과급 및 시간외수당 정상 지급 등 요구
- 박동해 기자, 김도엽 기자
"오늘은 창구 업무 안 합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김도엽 기자 = 27일 오전 9시 10분 서울 영등포구의 한 IBK기업은행 지점에서 청원경찰이 문을 열고 점포 안으로 들어서려던 고객을 막아섰다. 직원들의 파업으로 업무를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지점 입구에는 총파업 사실과 업무불편에 양해를 구하는 노동조합 측의 '양해문'과 지점에서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한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지점 안에 은행 직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창구에 앉아 업무를 보지 않고 외부에서 사 온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은행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러 은행을 찾았다고 밝힌 한 남성 고객은 업무를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혀끝을 차며 걸음을 돌렸다. 그는 "서민들은 먹고살기도 힘든 데 있는 놈들이 더한다"라며 파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환전 업무를 위해 해당 지점을 찾았던 여성 고객도 창구 업무를 볼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황급히 타 은행을 찾아 떠났다.
인근 은행의 다른 지점들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업무만 보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서울의 또 다른 지점의 직원은 "오늘은 입출금 등 간단한 업무만 가능하다"라며 "대출 및 상품 가입 등의 업무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금융노조 산하 기업은행지부는 오전 11시부터 단독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올해 은행 영업 호조에 따른 특별성과급과 적체된 시간 외 근무수당 정상 지급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지만 파행돼 결국 파업을 택했다.
기업은행지부가 산별노조 파업에 동참한 것 이외에 독자적으로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직원 1인당 약 600만 원에 이르는 시간 외 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전자가 차별임금이고, 후자는 임금체불"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날 실제 지점의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 3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파업에 참가한 인원이 다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 완전히 진행되지는 않지만 일정부분 영업이 가능하도록 비조합원들을 지점으로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점 근무 노조원 중 5913명 중 55%인 3200여 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점 직원에 더해 본점 근무 직원을 더하면 파업 동참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6241명이 파업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기업은행 측은 노조의 특별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은행이 공공기관인 총액인건비 제한이 걸려있어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임금 인상 및 특별성과급 지급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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