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450원' 금융위기 수준…환율 오르면 대출 받기 어려워진다고?
은행 위험가중자산 늘면 신용대출 등에 영향 줄 수도
사전 대비 및 금융당국 조치로 실제 영향은 적을 듯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진다는 소식이 겹치면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해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까지 치솟았다. 원화값이 하락하면서 여러 경제 분야에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영업'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왜 대출이 어려워지는 걸까? 그 이유는 은행의 '자본비율'에 있다. 자본비율은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과 위험 대응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은행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나타낸다.
자본비율은 은행의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가진 자산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평가한 뒤 총합한 액수다. 환율은 이 위험가중자산에 영향을 준다. 은행들이 취득한 해외 자산이나 시행한 외화 대출 등의 규모가 환율 상승으로 인해 늘어날 수 있다.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이 늘게 되면 자본비율은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은행의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은행들은 적정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려고 한다. 또한 금융당국 역시 금융사들에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자본비율이 규제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개선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등은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기에 은행들이 이런 대출의 취급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일반 소비자들의 대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환율 인상이 예고되어 왔던 만큼 헤징 노력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규제비율 대비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이) 환율 급변동 상황 발생에 대비해 위험가중자산의 환율 민감도를 축소하여 자본비율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도 현재의 환율 변동에 대해 "영업에 제한이 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히려 최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올린 것은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압박 때문이었다며 "내년에 새로운 경영 목표도 세우고 은행도 성장을 해야 하니 대출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비율에 대한 은행들의 부담을 완화해 주는 대책들을 발표하면서 환율의 영향에 대한 압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당국은 연말 예정되어 있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의 도입 시기를 2025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이 도입되면 당국이 정하는 규제 비율이 상향돼 은행들이 추가로 자본을 쌓거나 위험가중자산을 더 줄여야 했다. 도입 시기가 유예되면서 은행들은 자본 비율 확충에 여유가 생기게 됐다.
또 정부는 은행의 해외 법인 출자금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 포지션의 환율 변동 시장 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역시 환율 변화에 따른 은행의 자본비율 압박을 덜어주는 조치다.
결론적으로 환율 인상이 은행의 영업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현재까지 이로 인해 은행 창구의 대출 문턱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또한 당국이 나서서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정부가 지속해서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련 대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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