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용 농협은행장 교체 무게…후임에 '비수도권 출신' 부상
'경남 합천' 출신인 강호동 중앙회장 동향인 경남 출신 유력 거론
보은인사 등 논란에 호남 출신 기용 가능성도…12월부터 정기인사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올해 연말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은행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출신들이 잇따라 은행장에 선임돼 왔던 만큼 농협은행 안팎에선 이번엔 비수도권 출신 은행장 기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용 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까지다. 그간 농협은행장의 경우 연임 사례가 이례적이었던 데다 올해 들어서만 농협은행에서 6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이 은행장의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은행장 인선에 키를 쥐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던 것도 은행장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내달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은행장 인선 전례를 보면 내달 20일께 금융지주 이사회를 개최한 후 새 은행장 후보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추위에선 10명 안팎으로 롱리스트를 추린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 안팎에선 차기 은행장 후보와 관련해 비수도권 출신 은행장 선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재임한 은행장 대부분이 수도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4대 은행장으로 취임했던 이대훈 전 행장(2020년3월까지 재임)은 경기 포천, 6대 권준학 전 행장(2021년1월~2022년12월)은 경기 평택, 7대인 이석용 현 은행장은 경기 파주 출신이다.
그나마 경남 진주 출신이었던 5대 손병환 전 행장(2020년3월~2020년12월)은 지주회장으로 발탁되면서 9개월의 짧은 임기만 거쳤다.
이로 인해 차기 은행장 후보군과 관련해 강 중앙회장의 고향이 경남 합천이라는 점에서 경남 지역 출신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은행 내부에선 강 중앙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비롯해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966년생인 강 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남 대아고와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2012년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인사팀장·정부서울청사지점장·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디지털전략부장·서울강북사업부 사업부장, 부행장 등을 거쳐 올해 2월 NH농협캐피탈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강 부사장은 디지털 부문 전문성과 '영업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년배인 강신노 부행장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의령종고와 부산외대 인도네시아어과를 졸입한 뒤 농협중앙회에 발을 내디뎠다. 농협은행에서 전략기획부 기획조정팀장, 광화문금융센터장 등을 지낸 뒤 2017년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재무기획단장으로 재임했다. 2018년 농협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홍보부장과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했다. 강 부행장은 은행 내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최영식 부행장 역시 1966년생으로, 경남 하동 출신이다. 최 부행장은 하동 옥종고와 경남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여신관리부 과장, 경남지역본부 단장 등을 거쳐 농협은행 금융기획부 팀장, 산청군지부장, 감사부 국장, 여신관리부장과 경남영업본부장을 지냈다. 최 부행장은 여신 관리 전문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농협 내에선 강 중앙회장과 동향인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농협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강 중앙회장의 인사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논공행상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 본인과 마음을 나눈 지역 위주의 인사를 지양하고, 경쟁 후보 출신 지역에 대한 불이익 인사를 하지 않는 등 공명정대한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강 중앙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캠프 출신 보은 인사 논란에 대해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농협 (중앙)회장 선거 기간에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고 답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돼 출범한 이후 농협은행장에 호남 출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호남 출신 기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1대 은행장이었던 신충식 전 행장은 충남 예산, 2대 김주하(경북 예천)·3대 이경섭(경북 성주) 등 지금까지 호남을 제외하고 영남과 충청, 수도권 출신이 은행장에 올랐었다.
농협은행내 호남 출신으로는 정재호 디지털전략사업부문 부행장(전북), 주영준 경영지원부문 부행장(전남 나주), 신형춘 정보보호부문 부행장(전북) 등이 있다.
다만 은행의 한 관계자는 "출신지역보단 협동조합수익센터로서 농업인과 국민을 위해 전문성과 대주주인 중앙회와의 소통에 강점이 있는 자가 행장 후보로 추천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12월 첫째주에 집행간부(급) 및 본부장 인사를 시작으로, 중앙본부 부서장(둘째주)과 M·3급(승진·이동) 인사(셋째주), 4급(승진·이동) 및 5급(이동) 등 인사와 직제개편 인사(12월말)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예방 및 조직활성화를 위해 순환근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일사무소 연속 근무기간을 본부부서(영업본부 포함) 5년 이내, 영업점 3년 이내로 제한하고, 본부부서의 경우 사업시너지 극대화 및 인력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서간 협의를 거쳐 순환근무 대상직원 인력교류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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