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재수생' 케이뱅크, 10일부터 수요예측 돌입…'5조 몸값' 통할까
30일 코스피 입성 목표로 IPO 막바지 준비…21~22일 일반 청약
상반기 최대 실적 등 흥행 '청신호' 속 높은 업비트 의존도 등 우려도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 케이뱅크가 이번주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수요 예측에 돌입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 '최대어'로 꼽히고 있어 흥행 여부에 관심이 높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은 만큼 상장 과정에서 목표로 한 몸값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 케이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대표주관사에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주관사의 협의로 확정된 공모가격을 결정한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로 9500~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3조9586억원에서 최대 5조3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케이뱅크는 오는 21~22일 이틀 동안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대표주관사다.
케이뱅크의 IPO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적지 않다. 우선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854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1.6%가 급증한 수치로,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 2022년 기록했던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836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147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말 고객은 1147만명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94만명이 늘었다. 상반기말 수신 잔액은 21조8500억원, 여신잔액은 15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23.7% 증가하는 등 외형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수신 성장으로 케이뱅크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6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97억원)과 비교해 26% 늘었다. 비이자이익 역시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155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IPO를 통해 마련된 자금 등을 통해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케이뱅크가 이번 IPO를 통해 대출 잔액 여력이 약 9조5000억원~13조7000억원 순증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케이뱅크가 향후 2~3년간 경쟁사 대비 높은 여신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또 "케이뱅크가 IPO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BIS)을 갖추게 되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대출규모 확대와 신규 투자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케이뱅크의 예금수신 중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은 2023년말 기준 20.7%에 달한다. 이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제휴계약을 맺은 NH농협은행, 코인원과 계약한 카카오뱅크의 관련 고객 예치금 비중이 각각 0.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몇 년간 케이뱅크의 고객수 및 자산 등이 증가하는데 업비트와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만약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경우 업비트 예치금의 변동성도 증대돼 케이뱅크 수신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해야 하는 예치금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지급한 예치금 이자비용은 36억원이었지만 8월엔 73억원으로 한 달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예치금 이자율이 기존 0.1%에서 2.1%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 이자비용이 연간 약 867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기조를 강화하면서 케이뱅크의 주 수입원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여신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의 지난 6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2조293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61.4%나 급증했고, 전체 여신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9.2%에 달했다. 올 2분기 케이뱅크의 주담대 증가 규모는 9000억원을 넘어섰으며, 1분기말 아파트담보대출 잔액도 약 1조원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담대 억제 기조는 이자이익 감소 등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5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의 구입자금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바 있다.
이는 당장 케이뱅크의 수익성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케이뱅크의 순이자손익은 1분기 1356억7100만원에 달했지만 2분기 1285억74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강화된 7~8월엔 736억2200만원으로 줄었다. 9월까지 합산한다 해도 이자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LCR은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예금 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LCR은 184.67%로,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708.50%), 토스뱅크(676.75%)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비교적 낮은 플랫폼 활성화도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케이뱅크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400만명으로, 1500만명에 달하는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여전히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낮은 MAU를 반영할 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2조원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케이뱅크의 희망 시총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2.13배다. 이는 카카오뱅크(1.62배)나 KB금융지주(0.54배)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IPO를 앞둔 케이뱅크도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우선 업비트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가상자산 예치금(VASP)은 올해 1분기 6조4200억원에서 2분기 3조68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VASP를 제외한 일반 수신잔액은 17조4800억원에서 18조17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말 총예금에서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은 17% 수준이라고 케이뱅크는 설명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7월부터 업비트 예치금 이자를 연 2.1%를 지급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낮은 LCR 문제에 대해 "케이뱅크는 당국 가이드에 LCR 산출 시 VASP 이탈율을 기존 40% 수준에서 지난해 말부터 100%로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LCR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지 유동성은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상자산 예치금이 한 달 안에 모두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음에도 LCR이 올 6월 176.99%로, 규제비율(95%)은 물론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LCR(101.47%)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충분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케이뱅크는 당국의 주담대 억제 기조에 대응해 여신 성장세를 이어가고자 개인사업자 등 중소상공인(SME) 대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보증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사장님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통장도 내놨다. 지난 8월에는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고, 9월엔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담보물건에 대해 후순위 대출까지 대출 가능 영역을 확장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만 가능한 담보물건을 향후 오피스텔과 상가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업해 이차보전 보증서대출까지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IPO를 앞두고 새로운 로고와 슬로건 등 마련에도 착수했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에 "케이뱅크는 '생활 속의 케이뱅크', '혁신 투자 허브(Hub)' 및 은행 업계 내 '테크(Tech) 리더'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포괄적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최근 관련 로고와 캐릭터 상표권을 여러 건 출원했다. 케이뱅크가 현재 검토 중인 10개 로고는 모두 파란색을 기반으로 사명인 케이(K)를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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